이전한 공공기관 '17조9천억' 부동산, 누가 샀나봤더니..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은 종전 부동산을 팔아 비용을 조달했다. 이에 정부부처 등이 이들의 부동산을 사주면서 이전 비용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용기 의원(새누리당, 대전 대덕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종전부동산 매각 현황(매수자 세부 내역)'자료에 따르면, 매각대상 종전부동산 120곳 가운데 현재까지 팔린 곳은 101곳으로 총 매각액은 17조8891억원이었다.
매각된 종전부동산 평균 매각액은 1771억원으로, 가장 비싸게 팔린 곳은 현대자동차가 사들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부지 7만9000㎡·건물 9만7000㎡)로 매각액이 10조5500억원에 달했다.
매수자를 보면 민간기업이 사들인 한전부지와 달리 현재까지 팔린 종전부동산의 약 50%는 정부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이 사들였다.
법에 따라 매입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포함해 공공이 사들인 종전부동산은 50곳에 이른다.
LH 등 매입공공기관은 종전부동산이 계획된 기한 내 팔리지 않으면 이를 사들이도록 지정된 기관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3조3035억원을 들여 24곳의 부동산을 매입해 재매각·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앙부처 중에는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종전부동산을 사들였다. 기재부는 인천에 있는 경찰교육원을 2010년 256억원에 샀고 선관위는 경기 수원시 국립농업과학원을 2013년 630억원에 매입했다. 문화부는 작년에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약 280억원 주고 샀다.
지자체도 많은 종전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010년에 마포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을 1765억원에, 2012년에는 동대문에 있는 농촌경제연구원을 508억원에, 2013년에는 강서구에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을 409억원에 매입했다. 안양시도 안양에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1300억원에 사들였다. 수원시도 2009년과 2011년에 수원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과 국립식량과학원을 83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정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안 팔리고 있는 공공기관이전 종전부지에 대해서 투자설명회를 하는 등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망은 밝지 않다"면서, "종전부지를 처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안 팔리는 공공기관의 종전부지를 또 다른 공공기관이 떠안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종전부지 매입 공공기관은 부채증가 등 재정상황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고려해 매입을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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