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과 냉각 사이' 갈림길 앞에 선 글로벌 부동산시장
중국·미국 부동산 급등 행진…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부동산 버블 도시로 꼽혀온 런던·뉴욕·밴쿠버는 거래량 급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글로벌 부동산시장이 과열과 냉각이라는 양극단의 갈림길에 섰다.
중국에서는 1년 만에 주택가격이 40% 이상 오르고 두 평짜리 아파트가 1억5천만 원에 팔리는 등 투기 현상이 심화했고, 미국의 경우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에 과거 부동산 버블의 주범으로 꼽히던 런던과 뉴욕, 밴쿠버의 주택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8월 런던의 부동산 판매량은 전년보다 무려 71.4% 감소했고 최근 밴쿠버와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판매량도 20∼33%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부동산시장 과열이 새로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폭락사태 교훈은 없었나…중국·미국 등 부동산 과열 분위기 고조
현재 전 세계에서 부동산 버블이 가장 우려되는 국가는 중국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8월 중국 1급 도시 1㎡당 평균 가격은 전월보다 4.29%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푸젠(福建)성 소재 경제특구 샤먼(廈門)시의 8월 신규주택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43.8% 올랐고, 선전과 상하이의 상승률도 30%를 웃돌았다.
최근 5년간의 상승률을 따져도 선전(深천<土+川>)의 집값은 205%, 상하이(上海)는 94% 치솟아 샌프란시스코, 런던, 로스앤젤레스(LA), 홍콩 등을 제치고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선전에 이른바 '비둘기집'이라고 불리는 6㎡(약 2평) 크기의 초소형 아파트가 1억5천만원에 팔리는 등 투기 분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중국의 주택가격 급등세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마르쿠스 로드라워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제때에 행동해야 중국 부동산시장의 조정기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과거 일본처럼 한꺼번에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부동산 호황기였던 1989년 신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중국의 신규 대출 규모는 GDP의 5.5%에 육박했다.
로이 스미스 뉴욕대 연구원은 "일본의 부동산시장 붕괴가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일본은 아직도 여기서 회복하지 못했다"며 "중국도 어쩌면 부채에 따른 금융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엄청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과 10년 전 주택 시장 거품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경험했던 미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부동산시장에 돈을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지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7월 말 기준으로 190.91을 보여 2007년 10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집계하는 분기별 주택가격지수도 올해 2분기 말 기준 1.91% 오른 376.55를 보였다. 이는 2007년 6월 말 378.02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은 "투자자들이 불붙인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려 주택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브렉시트 반사효과로 3분기 집값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부동산업체 NVM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네덜란드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7.4% 뛰면서 2002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 '얼어붙는 시장' 런던·뉴욕·밴쿠버 등 기존 과열 도시 거래량 급감
유럽의 금융중심지 런던, 미국의 경제 수도 뉴욕,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던 캐나다 밴쿠버 등은 그간 부동산시장 버블을 상징해 온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도시의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런던의 경우 8월 부동산 판매량이 전년보다 71.4% 감소했다. 7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8% 떨어진 데 이어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유럽 금융중심지의 매력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집값 상승률도 3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그쳤다.
핼리팩스는 지난달 영국 평균 집값이 21만4천24파운드(약 2억9천500만원)에 그쳤으며, 최근 석 달간의 집값 상승률도 2013년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핼리팩스는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전반의 부동산 가격은 아직 강세지만 뉴욕의 상황은 반전 조짐을 나타냈다. 중개업체 밀러 사무엘과 더글러스 엘리먼 부동산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 판매량이 수요 감소의 여파로 20% 하락했다.
밀러 사무엘은 "우리는 시장 둔화를 분명하게 보고 있다"며 "원대한 가격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이 쏟아져 들어와 몸살을 앓던 밴쿠버는 9월 주택 판매량이 2천253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달 거래량인 3천345건 대비 33% 감소세를 보였다.
밴쿠버의 주택 판매량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2010년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도시 싱가포르도 집값이 7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홍콩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도시로 꼽혔지만, 정부가 공공 주택 정책을 펼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액도 올해 들어 감소세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부동산 투자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9천19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7% 줄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액이 감소한 것은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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