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묻지마 광풍'.. 감정가 웃돌아도 속속 낚아채간다

박관규 2016. 10. 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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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3계 앞은 경매 시작 전부터 입찰자로 가득했다. 이날 19건의 경매 물건 중 입찰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3건의 아파트였다. 예상대로 3건 모두 고가에 낙찰됐다. 특히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르트랑시망(135㎡ㆍ3층)의 경우 이날 처음으로 나온 매물인데도 불구하고 감정가액(5억7,500만원)보다 5,220만원 높은 6억2,72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이 무려 109.0%에 달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같은 평형의 실거래가가 5억원에 신고됐다. 또 다른 물건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84㎡ㆍ10층)도 이날 낙찰가율이 103.7%에 이르면서 12억8,366만원에 매각됐다.

부동산 경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낙찰률 13년만에 최고, 주거시설 낙찰가율 역대 최고 등 각종 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지역 소형 아파트 등 인기 매물은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금리 탓에 근근이 이자를 갚아가며 버티는 이들로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줄어든 반면,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감은 연일 커지고 있는 탓이다.

7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진행된 전국 법원경매 물건의 낙찰률은 평균 39.0%에 달했다. 9월 한 달만 보면 총 9,379건이 매물로 나와 3,933건이 매각돼 낙찰률이 41.9%에 달했다. 10건이 경매로 나오면 4건은 주인을 찾아갔다는 의미다. 8월에는 낙찰률이 42.0%를 기록, 2003년 6월(42.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낙찰가율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체 매물의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액 대비 70.3%. 이중 인기가 집중되고 있는 매물인 주거시설의 경우 지난달 낙찰가율이 전달보다 2.7%포인트 오른 90.1%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2007년 3월 낙찰가율과 동일하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 최고 인기 물건이다. 1월에는 35.1%에 불과했던 낙찰률은 지난달 64.4%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낙찰가는 감정평가액을 뛰어넘을 태세다. 지난달 낙찰가율이 95.7%에 달한다. 감정가가 1억원이면, 경매 평균 낙찰가가 9,570만원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2007년 4월(97.4%)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경매 시장이 이처럼 후끈 달아오른 것은 경매 참여 인구는 늘어난 반면 경매 물건이 줄어드는데 있다. 올해 9월까지 전국에서 경매에 나온 물건은 총 9만6,051건에 불과했다. 2013년 22만9,750건에 달했지만 ▦14년 20만2,145건 ▦2015년 15만2,506건 등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반면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는 10.2명으로, 2012년(5.1명)과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이자가 낮아지면서 버티는 하우스푸어가 늘어난데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보니 매매가 성사되는 경우도 많아 법원으로까지 매물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실거주를 할 수 있는 중소형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등은 감정가의 100%를 넘어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경매에 손쉽게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상승기라고 판단해 시세보다 좀 더 높은 입찰가라고 해도 망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 물건이 대거 쏟아지기 이전까지는 당분간 이런 과열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매의 가장 큰 장점인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이점이 사라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빚에 대한 회수를 감안해 감정가도 높게 형성되는 편이고 권리분석 및 낙찰 후 명도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가의 90%를 넘어서면 차라리 급매물에 관심을 갖는 게 낫다”며 “부동산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무리한 입찰은 큰 리스크를 떠안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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