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⑮]성창기업 오너 3세, 회사서 땅 사 '수천억 차익' 의혹

박주연 2016. 10.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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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성창기업지주 주요계열사.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코스피 상장사 성창기업지주가 오너일가 소유의 개인회사에 부동산 등을 헐값으로 매도, 결과적으로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오너일가에 안겨주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업 경영을 지배하는 오너 일가들이 사실상 '그들만의 거래'를 통해 부(富)를 이전해준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법원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성창기업지주(당시 성창기업)는 2002년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 등을 오너 3세들에게 넘겼고, 이를 통해 오너 3세들은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성창기업지주는 2002년 1월24일 최대주주 정해린(77) 부산외대 총장의 아들 연오·연교·연승씨에게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일광개발 주식 1만8000주(60%)를 4885만원에 매각했다.

이어 같은 해 6월28일 일광개발에 부산 기장군 일광면 화전리의 임야 등 168만4084㎡(51만328평)를 202억5000만원에 넘겼다. 또 같은 날 기장군 장안읍 반룡리의 임야 등 136만3122㎡(41만3067평)를 42억600만원에 성창아이엔디에 넘겼다.

일광면 땅을 3.3㎡당 4만원, 장안읍 땅을 1만원에 오너 2세에 헐값으로 넘긴 셈이다.

성창아이엔디는 땅을 매입하기 직전인 2002년 6월10일 설립된 회사로, 일광개발과 마찬가지로 특수관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당시 소액주주 등이 이 거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기업개선약정에 따른 차입금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일광면 화전리 임야(자연녹지)는 지난 8월 3.3㎡당 58만원에, 장안읍 반룡리 임야(자연녹지)는 60만원선에 거래됐다.

이 실거래가를 적용하면 오너일가는 이 부동산 거래로 20배가 넘는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광면 화전리의 경우 베이사이드골프장으로 개발돼 시세차익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성창기업의 오너3세 배불리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성창기업지주는 2013년 3월 오너3세에게 넘겼던 60%의 일광개발 지분 중 19.61%(25500주)를 83억7900만원에 매입했다. 지분 60%의 환산액은 256억원으로, 4885만원을 투자한지 11년만에 500배 넘는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성창기업지주는 지난해 말 발행한 투자설명서에서 법적 지주사가 되기 위해 일광개발 지분을 추가 취득하거나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법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40%(비상장사) 이상 보유해야 하며, 자회사 외 다른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성창기업지주가 지분을 40%까지 늘리기로 결정할 경우 오너3세들로부터 지분 20.39% 이상을 추가 매수하게 된다.

한편 성창기업지주는 계열사로 ▲성창기업(합판·마루판 제조) ▲성창보드(파티클보드 제조) ▲지씨테크(폐목재가공 처리) ▲블루이엔지(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등을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연결 자산은 6493억원, 지난해 매출은 1773억원 규모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성창기업지주가 보유한 부동산 등 유형자산 가치만 1조~2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는 2014년 성창기업지주의 자산가치를 1조2529원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성창기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오너2세인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7.48%)이다. 정 총장을 비롯해 부인 백성애(1.5%)씨, 아들 연오(6.04%) 연교(5.99%) 연승(5.9%) 등 특수관계인 18명이 29.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우리사주조합이 3.5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소액주주 지분비율은 57.58%다.

성창기업지주 측은 이에 대해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로 유동성부족에 처했고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회사가 보유한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처분 등을 요구했다"며 "회사는 일광면 인근 토지 매각을 진행했지만 (토지규모가 너무 커) 거래가 힘들었고 더이상 시한을 지체할 수 없어 2002년 6월8일 (오너 개인회사인 일광개발에) 부지를 처분하고 대출금을 상환해 유동성 위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일광개발 지분을 오너3세에 헐값에 넘겼다 비싸게 사들인 의혹에 대해서는 "일광개발의 2002년 주식가치와 2013년 주식가치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며 "2001년 일광개발은 영업활동이 전혀 없던 휴면법인이었고, 2013년의 일광개발은 증자와 골프장건설 등으로 흑자를 낸 순자산가액 427억여원의 법인"이라고 해명했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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