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8.25 가계부채 대책의 명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주택가격 부양 목적이 아닙니다."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상승하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초에 한 말이다. 임 위원장은 지역별 수급 요건을 보면서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이지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의 당부에도 시장은 움직였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고 공급 제한에 따른 가격 상승 우려와 기대가 커졌다. 집 주인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더 올렸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21%를 기록해 8월(0.6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경기·인천 지역의 아파트도 0.29% 올라 8월 상승률(0.15%)의 약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그 전 주에 비해 0.35%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로는 2006년 12월 1일(0.35%) 이후 9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0.9% 오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아파트값 상승은 저금리, 재건축 호재, 이사철 등이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정부의 공급 조절 방침이 시장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시켰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부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가격 상승 흐름에 일정 부분 기여 했다는 뜻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8·25대책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다. 정부는 이달부터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다음 달부터는 중도금 대출시 소득자료도 의무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보증비율이 줄어든 만큼 자기 자본을 더 마련하거나 금리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은행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분양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제부터라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 대신 시장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피고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소비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공급 조절 방침을 '공급 과잉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의 호재로만 인식하는 것은 투기에 가깝다. 투기는 손실을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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