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문어 돌멩이가 사람보다 예측 잘한다?

이은아 2016. 10. 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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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속닥속닥-36] '돌이 젖었으면 비, 돌 위가 하야면 눈, 돌이 안보이면 안개, 돌이 흔들리면 지진, 돌이 없으면 태풍.'

 제주도에서 돌멩이를 보고 날씨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합니다.

 돌멩이에 나타난 흔적을 보고 날씨를 어림잡아 짐작하는 것으로 웃어 넘기면 딱 좋은 수준이지만, 지난여름 폭염 속에 기상청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자 SNS에서 꽤나 화제가 됐던 돌멩이입니다. 첨단 관측장비를 도입하고도 제대로 날씨 예측을 하지 못하는 기상청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죠.

 이렇듯 기상청 예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기상청장은 사과와 함께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하늘이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처럼 날씨 예측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은 날씨뿐만이 아닙니다.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릴 때면 전 세계 축구팬들은 축구 황제 펠레의 입에 주목합니다. 그 유명한 '펠레의 저주' 때문입니다.

 펠레는 세 차례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현역 시절 1280골을 성공시킨 축구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가 예상한 우승팀은 번번이 우승 트로피를 놓쳤고, '펠레의 저주'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축구 황제 펠레도 해내지 못한 우승팀 예측에 성공한 건 사람이 아니라 문어였습니다.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에 살던 파울이라는 이름의 문어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팀의 경기 결과를 모두 맞힌 것은 물론이고 '스페인 우승'까지 정확히 맞혔습니다. 이 점쟁이 문어는 유명세를 탔고, 독일 스페인 등 방송사에서는 파울의 선택을 생중계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파울 사후에는 기념비까지 세워졌다고 합니다.

 투자의 영역에서도 사람보다 나은 동물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0년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습니다.

 1999년 7월부터 1년간 4번에 걸쳐 투자전문가 그룹과 아마추어 주식투자자 그룹, 그리고 원숭이 등 세 개 그룹의 추천종목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원숭이가 선두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원숭이는 다트 던지기로 종목을 골랐는데, 수익률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원숭이가 마이너스 11.4포인트로 가장 성적이 좋았고 전문가 그룹은 마이너스 13.6포인트, 아마추어 그룹은 마이너스 124.6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실험은 주가에 대한 '기술적 분석'은 물론 기업가치에 대한 '기본적 분석' 역시 주가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많이 거론됩니다.

 왜 인간이 돌멩이나 문어, 원숭이보다 못한 결과를 얻었을까요?

 한두 가지로 그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은 '미래도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으로 인간과 로봇의 수익률 대결이 자주 보도됩니다.

 예측 불가능한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는 인간의 대처가 좀 빠르다고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로봇의 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로봇은 인간이 만든 것이니 로봇에게 지는 건 원숭이에게 지는 것보다는 자존심이 덜 상하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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