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쓰레기통' 연구, 일본에 노벨상 안기다

김혜경 2016. 10. 4. 08:4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도쿄=AP/뉴시스】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3일(현지시간) 일본의 오수미 요시노리 도쿄 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7월 오수미 교수가 도쿄 공업대 연구실에서 자신이 연구한 세포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2016.10.03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일본에게는 25번째 노벨상을 안긴 '자가포식'은 무엇일까.

"우리 몸 안에서는 하루 평균 300g의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은 70~80g이다. 나머지 단백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우리 몸은 몸 속의 단백질을 분해해 다시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 재활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가포식'시스템의 발견과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교수는 3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가포식 시스템'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오스미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긴 '자가포식 시스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자가포식의 영어 표현인 '오토파지'는 오토(auto·자동의, 자기자신의)와 파지(phagy·먹다)의 합성어로 '스스로 먹는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스스로 먹는다는 것일까.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호흡이나 영양분의 소화와 생식 등에 단백질이 필요한데, 음식물 섭취만으로 단백질을 보충하지는 못한다.

그러면 나머지 부족한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생명체 내 세포는 스스로 새포 내의 일부를 분해해 단백질을 만들어 재활용(먹는)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자가포식'이다. 외부에서 단백질이 공급되지 않아도 세포가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작용은 주로 외부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일주일 가량 조난을 당해 물만마시고도 인체가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세포의 자가포식에 의한 단백질 보충 때문이라고 오스미 교수는 설명했다.

또 세포는 세포 내의 병을 유발하는 노후한 단백질 등 불필요한 단백질을 청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자가포식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60년대부터 학계는 세포 내 성분이 자가 분해되고 있다고 여겼지만, 많은 연구자들의 무관심 속에 오랫동안 정확한 메카니즘이나 생체 내에서의 역할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연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연구 주제인 '자가포식'에 몰두한 사람이 바로 오스미 교수다.

오스미 교수는 1988년 6월 도쿄대 교양학부 조교수 시절, 연구실에서 혼자 현미경 너머로 효모를 관찰하다 현미경 너머로 수 많은 작은 알갱이가 춤추듯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관찰했다. 효모들의 왕성한 활동을 포착한 오스미 교수는 "뭔가 대단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 틀림 없다"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세포가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자가 포식'에 관련된 일이 아닐까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스미 교수가 효모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6년 면역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 록펠러 대학의 제럴드 에들먼 교수 밑에서 공부를 할 때다. 그때 오스미 교수는 효모 연구에 대해 처음 접해 흥미를 갖게 됐다.

이듬해인 1977년 그는 모교인 도쿄대로 돌아와 조교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주제는 '액포'로 결정했다. 액포란 효모의 세포 내에서 노폐물을 모으는 '쓰레기통'과 같은 기관이다. 그리고 끝내 1988년 세계 최초로 '자가포식'과정을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오스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액포'에 주목한 계기에 대해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일을 했다"는 기쁨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액포는 '세포 내 쓰레기통' 역할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연구를 통해 효모를 기아 상태로 만들면 세포 내 단백질이 액포로 옮겨져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 재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오스미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전자 현미경으로 기록해 1992년에 발표했다.

그 후 오스미 교수는 액포에 대한 몇 개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액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이루었으며, 그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노벨위원회는 3일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오스미 교수가 1990년대에 자가포식에 관한 '탁월한 실험들'을 통해 세포의 리사이클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또 세포의 자가포식 개념은 50여년 전부터 학계에 알려져 있었지만, 오스미 교수가 "1990년대에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연구를 한 이후 생리학과 의약계에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세포 내 쓰레기통'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던 '액포'에 관심을 가져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오스미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나는 정말 무엇이 관심이 있는가"를 잘 생각해 보라고 기자회견에서 조언했다.

앞으로 자가포식에 대한 연구는 파킨슨 병과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질병은 신경세포 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단백질을 청소하는 자가포식 과정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chki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