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 정상만 모두투어리츠 대표.."이주비 대출·호텔리츠 상장..위기마다 직접 현장서 답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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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다. 정상만(50) 모두투어리츠(204210)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이 말을 되뇌었다. 그는 스스로를 두려움이 없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정 대표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대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정 대표는 틈만 나면 인천항으로 달려갔다. 당시 정 대표가 독일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항에 독일 함정이 들어오는 날이면 무조건 찾아가 독일 사람들을 만나 독일어로 말을 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동산금융 전문가로 키운 두려움 없는 성격
청구·삼성물산서 주택사업 기초 닦아
신탁업계 첫 위탁자 부도 겪었을때도
하도급社 수십곳 만나며 매뉴얼 구축
학창 시절 적극적인 성격을 지녔던 사람들도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조직에서는 튀는 행동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정반대였다. 학창 시절과 마찬가지로 두려움 없이 뭐든지 앞장서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곳은 건설회사였다. 학군단(ROTC) 출신인 정 대표는 군 장교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91년 청구에 입사했다. 은행을 비롯해 다른 회사에서도 합격통지서를 받았지만 정 대표의 마음이 끌린 곳은 건설사였다. 그는 “입사 당시 한창 신도시를 개발하던 시기라 건설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었으며, 특히 청구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잘나가던 기업이었다”며 청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청구에서는 주택사업을 맡으며 부동산을 배웠다. 땅을 사고, 상품을 기획하고, 인허가를 푸는 등 그는 이 시절에 부동산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젊은 시절부터 부동산 산업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 입사 후 2년 만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사업장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이주비대출상품’을 출시하면서다. 당시 청구는 하계동에 위치한 아파트 사업을 맡고 있었다. 정 대표는 “사업을 따냈는데 이주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 기업이 아닌 개인들에게 대출해주고 청구가 보증해주는 형태의 개별 이주비 보증상품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례가 없던 일이다 보니 당시 회사 사장마저도 실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고 실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며 “다행스럽게도 당시 단자회사에서 막 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에서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려줘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400여가구가 이 상품의 혜택을 봤으며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부동산금융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다.
정 대표는 청구와 삼성물산에서 7년 동안 주택사업을 경험한 후 부동산금융사인 한국부동산신탁(한국자산신탁의 전신)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도 정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정 대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회사를 옮겼는데 가자마자 회사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당시 한부신이 맡고 있던 전주 사업장에서 위탁자 최초의 부도 사태가 난 것이다. 정 대표는 “신탁 업계 최초의 위탁자 부도였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전혀 없어 회사 임원부터 시작해 전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당시 대리였던 제가 자원해 지방으로 내려갔다”며 “전주에서 8개월 동안 지내면서 매뉴얼도 만들고 30여곳에 달하는 하도급 업체와 200여가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면서 사태를 수습했다”고 말했다. 이때 그가 보인 적극성은 이후 정 대표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 그는 “한부신 시절 모시던 대표가 진흥기업으로 옮기면서 당시 과장이던 저를 부장으로 발탁해 데려갔다”며 “무슨 일을 시키든 결과를 가져갔기 때문에 찾아온 기회”라고 말했다.
●배움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
틈날때마다 학교다니고 책 쓰며 공부
해외가도 1박씩 여러곳 호텔 둘러봐
정 대표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교를 다니거나 책을 쓰면서 자기가 모르는 분야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배움을 통해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건설사에 다니던 1996년에는 한양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부동산학을 공부했으며 진흥기업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맡으면서는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기업경제학을 공부했다. 정 대표는 “공부를 하다 보면 지식이 쌓이게 되고 그에 따라 일거리도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 대표가 리츠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배움을 향한 그의 열정이 계기가 됐다. 2008년 케이리츠앤파트너스에서 정 대표가 석사 시절에 쓴 리츠 관련 논문을 보고 그를 영입한 것이다.
호텔업을 배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호텔업을 배우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2013년 업계 전문가들을 모아 국내 최초로 호텔개발을 다룬 책을 출간했다. 그는 “호텔업을 시작할 당시 참고할 만한 책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제가 호텔업을 모르기 때문이었고 책을 쓰면서 호텔업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2014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 관광학과에 입학해 관광업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나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틈만 나면 배울 기회를 찾았다. 정 대표는 해외여행을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하루에 한 번씩 숙소를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상 여행을 하면 2~3일은 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데 하나라도 더 많은 호텔을 보고 싶어 무조건 1박만 고집하고 있다”며 “매일 이동을 하는 게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전 세계 호텔 100여곳을 둘러본 것이 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움을 향한 열정과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정 대표는 호텔 업계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호텔 업계 입문 5년 만에 국내 최초 호텔 리츠 상장
이젠 베트남·괌·호주 등 진출 준비
내년부터 배당 수준 5% 이상 목표정 대표는 올 9월 호텔 업계 입문 5년 만에 모두투어리츠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시켰다. 국내 최초의 호텔 리츠 상장이며 리츠 업계 전체적으로도 4년여 만의 상장이다. 특히 그간 경영진들의 잘못으로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자기관리리츠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가 이처럼 이른 시간에 호텔 업계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호텔업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014년 모두투어리츠 대표를 맡을 당시부터 상장을 1차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해외의 경우처럼 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리츠 상장을 통한 유동화와 투자자 유치가 필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1차 목표를 달성한 정 대표는 이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모두투어리츠는 현재 서울 충무로와 명동 인근에 위치한 스타즈호텔 1·2호점과 경기도 화성시에서 스타즈호텔 동탄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부산 해운대에 4호점과 서울 독산동에서 5호점도 준비 중이다. 모두투어리츠는 앞으로 서울과 지방 거점 도시 중심으로 2~3개 정도의 호텔을 추가로 열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준비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는 해외 1호점을 열 계획”이라며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두루 좋아하고, 해변가를 끼고 있는 섬, 한국에서 4~5시간 거리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을 후보지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다낭, 괌, 호주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배당과 관련해서도 목표를 제시했다. 정 대표는 “올해는 3% 수준의 배당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5% 이상으로 배당 수준을 높일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870억원 수준인 자산 규모를 내년에 1,000억원 이상으로 키우면 목표로 하는 배당수익률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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