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오피스텔] 주택정책에서 빗겨난 카오스 시장

문지웅 2016. 10. 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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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A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총 107실 규모로 거의 전부 인근 학교 학생과 직장인들이 세 들어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은 건축물대장에 ‘주거시설’이 아닌 ‘업무시설’로 표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 세입자 대부분은 전입신고를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지 못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생활해야 한다.

# 50대 주부 A씨는 노후 생활 준비를 위해 오피스텔 투자를 검토하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무실로 세를 주면 4.6% 취득세를 다 내야 하지만 분양가의 7% 수준인 부가가치세를 돌려 받는다. 반면 주택으로 임대를 주면 취득세 85%를 감면받지만 부가세를 돌려 받지 못하고 다주택자가 돼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한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520만명에 달한 가운데 오피스텔이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은퇴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 투자상품이 됐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지난 2010년 주택법 개정으로 사실상 주택과 유사한 ‘준주택’이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주택과 사무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제도권으로 편입된 후 오피스텔 거주자는 지난 2011년말 36만여 가구에서 지난 7월말 57만가구까지 급증했다. 올해 4만100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오피스텔 거주자는 60만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건설사들도 오피스텔을 사무실이 아니라 주거용으로 집중 마케팅하면서 ‘아파텔’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급할 정도다.

하지만 오피스텔과 관련 제도는 여전히 ‘무법지대’,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주무 부처인국토부는 주택 정책에서 아예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세무당국도 얽히고 설켜 있는 오피스텔 관련 세제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전입신고가 가능한 오피스텔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피스텔 주인인 임대인들이 ‘전입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임대차계약 특약을 세입자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전입신고를 하면 임대인에게는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해 집주인이 꺼린다. 이때문에 오피스텔 임차인에게 월세 세액공제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주택 정책에서도 오피스텔은 비켜서 있다. 국토부는 올해와 내년 주택 입주 물량이 10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 통계에서 오피스텔은 빠져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는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보고 관련 정책이나 통계를 다루지 않는다.

투자를 하는 임대인도, 거주하는 임차인도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책당국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오피스텔 관련 각종 제도는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대표적으로 취득세와 부가가치세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오피스텔 취득세는 현재 4.6%로 1.1~3.5%인 아파트보다 훨씬 많다. 대부분 주거용이지만 취득세는 업무용건물로 보고 부과된다. 다만, 전용면적 60㎡ 이하 신축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임대인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오피스텔은 소형 임대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는 85~100% 감면된다.

만약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인은 분양가의 7%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 아파트나 주택에는 따로 부가세가 없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반대로 오피스텔을 사무공간으로 임대를 줄 경우 부가세는 면제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신규 취득 후 주거용으로 임대를 주면서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부가세를 환급받는 사례가 많다”며 “부가세 문제 때문에 주거용이 아니라 사무용이란 구실을 달아 임차인 전입신고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이 가진 사무실과 주택이라는 이중 지위는 임대인들의 양도소득세 탈세도 부추긴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거나 임대인이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오피스텔은 주택수에 반영된다. 이 경우 임대인이 다른 주택 한 채를 2년 이상 보유한 후 매각해도 2주택자로 처리돼 양도세 부담이 발생한다. 반면 주택으로 임대를 주면서 등록을 하지 않거나 사무실로 임대를 주고 있다고 허위로 신고하면 기존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이고 2년 이상 보유한 후 팔았을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신방수 세무사(세무법인 정상)는 “취득세, 부가세, 양도세 등 오피스텔 세금은 주택이냐 사무실이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며 “잘 몰라서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을 둘러싼 논란은 ‘에어비앤비(Airbnb)’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면서 남는 방을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면 합법이지만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에어비앤비 영업도 허용되지 않는다.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고 있는 상당수 호스트는 도시민박업 등록없이 불법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주택의 대체제 보완재 역할을 맡고 있다”며 “1~2인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오피스텔을 주택통계와 주택정책에서 중요 변수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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