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는 어쩌고"..재건축이 정답일까
분양대행회사에 다니는 김성민(38)씨는 최근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어디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목돈은 당장 없지만, 확실한 투자처만 있다면 대출을 해서라도 재건축 아파트를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금리가 낮아 대출을 해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니, 제대로 된 단지만 골라 몇년만 견디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김씨는 “재건축 사업이 이뤄지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투자 대상만 찍어달라는 사람이 많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수도권 택지에 지어지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서울 재건축으로 투자 열풍이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알짜배기 재건축 아파트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신규 아파트가 들어설 땅이 거의 없어 기존 아파트를 재건축해 새로운 주택을 공급 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희소성이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투자자들의 주목을 끄는 곳은 양천구 목동이다. 목동의 경우 올해 말이면 1~6단지가 재건축연한(30년)을 충족하며, 2018년이 되면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 대상이 된다. 투자자들은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과 목동역, 대형마트와 백화점, 학원가 등이 몰려 이 지역 생활환경이 좋다 보니 재건축이 되면 가치도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목동역 인근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6㎡의 경우 올해 1월과 3월에 7억1500만~7억7700만원에 거래됐는데, 8월에는 8억2500만~8억4500만원에 매매됐다. 많게는 1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최근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강동구 ‘고덕 주공’과 ‘둔촌 주공’도 투자자들의 관심 아파트다. 강동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송파구와 비교하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있다. 또 고덕 주공2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는 등 일대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1만5000여가구가 새로 공급돼 이 지역이 서울 동부권의 ‘미니신도시’로 거듭난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송파구 잠실 일대와 영등포구 여의도, 구로구 신도림 등 낡은 아파트가 몰려 있거나 직주근접의 이점이 있는 지역, 한강변과 맞닿은 동네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초기 투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한강변과 맞닿은 강서구 가양동이나 염창동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지 않은 곳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부는 재건축 열풍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재건축사업의 경우 재건축 연한이 찼다 하더라도 당장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이나 사업 인허가 지연,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애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최근에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단지들만 보고 무턱대고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는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해 분양이 이뤄졌는데, 2003년에 조합설립 인가, 2008년에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작년 1월에서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 기간에도 종상향 문제, 재건축 사업계획안 취소 등의 우여곡절도 많았다.
올해 ‘개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분양된 ‘디에이치 아너힐즈’도 2003년 11월에 조합설립 추진 위원회 승인이 완료됐지만, 2013년 1월에서야 조합설립인가가 난 사례다.
앞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나빠질 경우 건설사는 미분양 우려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대폭 낮출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의 자기분담금이 많아질 수 있다”며 “분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분양이 나면 기대만큼의 이익을 못 볼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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