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의 통쾌하지 못한 웃음

아이즈 ize 글 임수연 | 사진 SBS 2016. 9. 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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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임수연 | 사진 SBS

SBS [질투의 화신]의 방송사 계약직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는 좋아했던 남자에게 저자세다. 그는 3년간 짝사랑했던 스타 기자 이화신(조정석)에게 “난 너 같은 여자 안 좋아해. 쉬운 여자” 같은 무례한 말을 면전에서 들어도 대꾸 한 번 하지 못한다. 그러나 화신이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뒤집힌다. 화신은 남자가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이미지가 우스꽝스러워져 앞날에 지장이 있을 거라 믿고, 나리는 그의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자 유방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언자다. 화신은 자신의 비밀이 폭로될까 끊임없이 신경 쓰는 동시에 나리에게 의지하고 방송사 내에서는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여자는 더 이상 가망 없는 짝사랑을 한다고 사내에서 손가락질을 받지도 않고,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노리는 남자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특히 코미디 장르에서 빛나는 조정석의 내공과 장례식장 장면에서도 코미디를 넣고야 마는 연출은 이 모든 과정을 웃기게 그린다. 그렇게 [질투의 화신]은 하루아침에 하찮아진 남자의 찌질함을 보며 키득거릴 수 있다.
 
남자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우습다는 코미디가 성립하는 것은 화신이 이른바 ‘여성스러움’을 배척하는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방암과 관련된 일련의 소동은 화신의 이런 문제를 희석시킨다. 교정 브라를 착용하며 가슴의 모양에 신경 쓰는 남성의 행동이 웃음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방암이 남녀에게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그리고 3년 짝사랑의 설욕을 보상해주는 것은 나리가 화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재벌인 고정원(고경표)과 연애를 시작하고 화신이 ‘질투의 화신’이 되면서부터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고 주도권을 가진 남성에게 겪은 굴욕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의 구분을 통해, 그리고 그보다 더 경제력이 좋은 남성과의 연애를 통해 소유욕을 자극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되갚을 수 있다.
 
개인의 애정 문제뿐만 아니라 SBC 방송사 내 여성 전반의 자존심을 평가하는 잣대가 항상 남성이었다는 점은 계급이 낮은 여성의 주도권 쟁취가 환상이었다는 점을 견고히 한다. 단 한 번도 여기자가 9시 뉴스 앵커 자리에 오른 적이 없던 방송사에서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놓고 화신과 경쟁하는 계성숙(이미숙)의 능력은 “남자보다 훨씬 나은 여자”라는 최동기(정상훈) PD의 입을 통해 묘사된다. 91년에 입사해 마감뉴스 앵커 자리를 차지한 여성의 능력도 남자와의 비교를 통해 인정되는 한편, 그들의 성장을 위협하는 것은 남성이 아닌 같은 여성 집단이다. 성숙이 9시 뉴스 앵커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는 쪽은 자리싸움을 걱정하는 아나운서국의 여성들이고, SBC 방송사 내 성별 불균등에서 지위 상승을 위한 노력은 여성 간의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스스로 “예쁜 여기자가 최고”라든지 “아나운서는 방송국의 꽃”이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캣파이트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구도를 그대로 담아낸다.
 
물론 [질투의 화신]은 보는 내내 볼품없어진 남자를 보며 키득거리는 재미가 있다. 여성 기상 캐스터에게 방송 중 몸매를 좀 더 강조하라며 성희롱과 성차별을 동시에 가하는 PD를 통해 직장 여성이 겪는 문제를 풍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속물성을 드러내는 금수정(박환희)의 대척점에 있는 나리를 응원하게끔 유도하거나, “연애는 남자가 더 좋아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 등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기반에 둔다. 직장 여성의 현실을 풍자하고 찌질해진 남자의 모습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부분은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딱 거기서 멈춘 채 드라마에서 이어지는 여성에 대한 인식을 되풀이한다. “60초짜리” 나리가 몸매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포즈로 날씨를 소개할 것을 요구받는 차별적인 장면에서 시작해 남성들의 집착으로 보상받는 이 드라마를 보며, 웃으면서도 통쾌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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