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테슬라의 무인차 개발에 맞서 BMW "완전 무인차 5년 내 출시하겠다"

조귀동 기자 2016. 9. 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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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드 크뤼거 BMW 회장이 자사 무인차 컨셉차량을 설명하고 있다. BMW는 2021년 무인차 상용모델 판매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블룸버그>

지난 7월 독일 남부 바바리아주(州) 중심지 뮌헨에서 북쪽으로 10㎞ 떨어진 소도시 가르힝 바이 뮌헨(Garching bei München). BMW의 전기차 ‘i3’가 아우토반(Autobahn·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은색 차체에 ‘액티브 어시스트,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Active Assist, BMW Connected Drive)’라는 글씨로 한눈에 뮌헨에 본사를 둔 BMW의 시험용 차량임을 알 수 있는 자동차였다. 뮌헨 인근 도로에서 BMW의 신기술이 탑재된 시험용 차량이 운행되는 일은 드물지 않아 다른 운전자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여느 시험용 차량과 큰 차이가 있었다. 바로 운전석에 탑승한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우토반에 진입한 뒤 시속 120㎞로 속도를 올린 이 자동차는 3차로 가운데 가장 안쪽 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차선을 바꾸는 도중에 트럭이 앞을 가로막는 등의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상황에 매끄럽게 대응했다. 많은 차량이 다니고 있었지만, 누구도 i3가 무인차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BMW, 포드 등 자동차 산업의 강자들이 무인차 상용화(商用化)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인주행 기술은 구글, 애플 등 IT(정보기술) 회사나 테슬라, 우버 등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로 자동차 시장의 판세를 바꾸려는 회사들이 주도해왔다. 차량에 탑재한 각종 센서로 도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최적의 방식으로 운전하는 무인차 기술이 이들 회사들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느리고 점진적으로 기술을 채택해온 자동차 회사들은 무인차 사업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제물(祭物)이 되기에 충분해보였다. 자동차는 2만개에 달하는 부품이 들어가는 복잡한 제품인데다, 탑승자 안전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기술 채택에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 업계의 강자들이 IT 회사들을 겨냥해 칼을 뽑은 모양새다. 이들이 공세에 나선 것은 먼저 지난 몇년간 축적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IT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도 짙게 깔려있다. 게다가 콘티넨털, 보슈 등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관련 기술 확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BMW, 시속 120㎞ 무인차 시험 주행

BMW는 지난 7월 뮌헨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21년까지 ‘아이넥스트(iNext·가칭)’ 무인주행 자동차를 출시해 차량 공유 서비스 등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상용 무인차 출시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미국 인텔(Intel), 이스라엘의 센서 회사 모바일아이(Mobileye)와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선언했다. 하랄드 크뤼거(Harald Krüger) BMW 회장은 “무인차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회사로 자리매김한 뒤 관련 기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크뤼거 회장은 “단순히 ‘눈을 떼는 정도(eyes off)’가 아니라 운전에 완전히 ‘신경을 쓰지 않는 정도(mind off)’의 기술 수준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는 가장 똑똑하고 여러 기기들과 동시에 연결돼있는 기계가 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무인주행 기술 개발 등에서 BMW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부터 BMW는 ‘PT1’이라는 명칭이 붙은 무인주행 시험차량을 뮌헨 인근에서 시험하고 있다. PT1은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NHTSA) 기준에 의하면 3단계에 해당하는 무인주행 기능을 갖췄다. NHTSA는 무인주행을 1단계(조향 또는 가·감속 제어 보조)→ 2단계(조향과 가·감속 제어 통합보조) →3단계(부분적 무인주행-돌발상황 수동전환) → 4단계(완전 무인주행)로 구분한다. 2단계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진 않지만 긴급 상황에 대비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수준이고 3단계는 평소에는 눈을 감고 있어도 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위험 상황이나 무인주행이 불가능할 경우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조작해야 한다. 현재 테슬라가 자사 제품에 적용한 ‘오토파일럿(autopilot·자율주행)’ 기능은 일종의 지능형 운행 제어에 가까운 2단계에 해당한다.

이 시험용 차량은 레이저를 주변 사물에 쏘아 거리와 움직임을 탐지하는 무인차 핵심 센서인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4개와 전면 카메라 2개를 비롯해 장거리 레이더 3개, 단거리 레이더 3개 등 총 12개의 센서를 탑재했다. LIDAR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콘티넨털, 카메라는 이스라엘 모바일아이 제품이다. PT1의 가장 큰 특징은 포탄이나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해 미래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탄도학 기술을 적용,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한다는 점이다. 무인주행 기술 채택 속도가 자동차보다 한발 빠른 항공 산업에서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탄도학 기술을 도입하면서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BMW의 무인차 연구 책임자 레네 비스(René Wies) 전무는 “NHTSA 기준으로 4단계에 해당하는 무인주행 차량을 2020년 초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BMW, 인텔, 모바일아이는 7월 기자회견에서 상용화 계획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인차 표준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비스 전무는 “무인주행 기술 개발 과정에서 1개 기술이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100만㎞의 주행 시험이 필요하다”며 “여러 기술들을 모두 감안하면 총 1억㎞ 정도의 주행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기술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유인 것이다. 또 “결국 안전 인증 방식은 수퍼컴퓨터에 의한 시뮬레이션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 인텔 등 IT 회사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비스 전무는 설명했다.



2021년 이후 3단계 무인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출시되면 운전석에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사진 : 아우디>

자율주행 원천 기술 최다 보유는 美 GM

또 다른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는 2017년 3단계 정도의 무인주행 기능을 탑재한 상용차량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대형 모델 ‘A8’에 탑재될 예정인 이 무인주행 기능은 시속 60㎞ 이하 속도로 주행할 때 운전자가 차량을 조작하지 않고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시스템을 통해 영화, 전자책 등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의 무인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토마스 뮬러(Thomas Müller) 제동·조향·운전자 보조 시스템 개발그룹장은 “무인주행 기술 개발은 ‘로봇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무인주행은 오히려 운전자가 차량을 몰 때 경험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조 수단”이라고 말했다. “차량 정체 등으로 인한 저속 주행은 운전자에게 번거롭고 지루한 과정”이라며 “무인주행은 그러한 짐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뮬러 그룹장의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무인주행은 중요한 기술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목표나 시스템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라는 피라미드의 꼭대기 정도 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무인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차량과 차량 사이의 연결, 차량 공유 등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업체들도 무인차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마크 필즈(Mark Fields) 포드 사장은 8월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까지 무인차 제품을 차량 공유 서비스용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포드가 개발하고 있는 무인차는 4단계에 해당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필즈 포드 사장은 “앞으로 10년간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차량의 자동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급 모델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사는 모델까지 무인주행 기술을 탑재할 수 있게 해 주행 중 안전성을 높이고 자동차 연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즈 사장은 “100년 전 (포드를 시작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대량 조립생산 체제가 도입됐던 것과 같은 충격을 사회에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며 무인차가 사람들의 이동방식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라지 나이르(Raj Nair) 포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향후 3년간 관련 투자를 올해 기준 3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완전 무인주행 기술을 확보할 경우 사업 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어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팔로 알토에 무인주행연구소를 설치하고 관련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다. 무인주행 기술을 갖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거나 지분 투자도 서두르고 있다. 4월 기계 학습 기술을 갖춘 이스라엘 벤처기업 SAIPS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인차 핵심 센서인 LIDAR는 포드가 지분을 투자한 미국 회사 벨로다인(Velodyne)이 개발, 생산한다.

또 다른 미국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아직 무인차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해 전부터 관련 기술 투자를 계속해 왔다. 무인주행 관련 특허 보유량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는 7월 지난 10년간 주요 업체들의 3~4단계 무인주행 기술 특허 출원 건수와 인용 건수를 집계, 분석해 발표했다. GM의 특허 출원 건수는 142건으로 도요타(167건)에 뒤진 2위지만, 다른 회사들이 특허 출원을 하면서 인용한 횟수는 1578회로 구글(347회), 도요타(307회)를 5배 가량 앞선다. 야마우치 아키라(山内明) 미쓰이물산 연구원(변리사)은 “다른 회사들이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 원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마우치 연구원은 “도요타의 경우 도요타 고유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허 등이 많아 다른 회사들과 동떨어진 기술을 개발하는 ‘갈라파고스화’의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품 업체 델파이도 무인택시 운영계획

이렇게 완성차 회사들이 무인차 제품 출시를 목전에 둘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부품 회사들도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BMW와 아우디의 시험용 무인차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 LIDAR는 독일 부품회사 콘티넨털이 개발한 제품이다. LIDAR는 레이저를 이용해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세세히 파악할 수 있는데다, 카메라와 달리 기상 상황이나 차량 색깔 등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3단계 이상 무인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콘티넨털은 구글, 도요타의 무인주행 시험 차량에도 자사 센서를 공급한다. 엘마어 데겐하르트(Elmar Degenhart) 콘티넨털 사장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며 “센서와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티넨털은 2015년에는 핀란드 전장(電裝)부품 회사 일렉트로비트(Elektrobit), 올해 3월엔 미국 IT회사 ACS의 LIDAR 사업부 등을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를 위한 M&A에도 열심이다. 콘티넨털은 여러 회사 자동차에 탑재된 자사 센서들을 자체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로 통합하고 차량 운행 및 지리 정보를 제공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부품회사 보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인차 관련 부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센서뿐만 아니라 구동 장치 등에 탑재된 전장 장비를 통해 도로 상황은 물론이고 차량이 선회나 가·감속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보슈 부품을 탑재한 무인차가 최적의 주행 방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보슈소프트텍(Bosch SoftTec)의 토르슈텐 믈라스코(Torsten Mlasko) 사장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부터 차량 동작 제어까지 모든 걸 할 수 있는 회사는 보슈뿐”이라며 “종합적인 무인차 제어 기술과 제품·서비스를 완성차 업체에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 델파이는 아예 기존 자동차를 자사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무인차로 개조, 무인 택시를 운행할 계획이다. 델파이는 미국 무인차 서비스 스타트업 뉴토노미(nuTonomy)와 함께 2017년 싱가포르 ‘원노스(one-north)’ IT산업 지구에서 무인 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난 8월 발표했다. 투입 차량은 6대로 아우디의 SUV(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 QS5 모델을 개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델파이와 뉴토노미는 무인 택시 요금을 싱가포르 택시 요금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무인차를 활용한 자율 주행 택시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버 등과 경쟁하겠다는 얘기다. 델파이는 이미 2015년 자체 제작한 시험 차량으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 뉴욕 맨해튼까지 5630㎞를 무인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운행 구간 가운데 사람이 운전대를 잡은 비율은 1% 이하. 이 과정에서 혼잡한 도심, 도로 보수 현장 등 복잡한 도로 내 상황, 과격한 운전자의 돌출 행동, 악천후 등 여러 상황에서 무인주행에 성공했다는 게 델파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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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information과 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넓은 스크린에 운행 정보를 표시하면서 동시에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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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차 주요 센서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를 주변 사물에 쏘아 차량이나 장애물의 거리와 움직임을 탐지하는 장치. 카메라와 달리 기상 상황이나 물체 색깔에 상관없이 탐지할 수 있어 무인차 핵심 장비로 꼽힌다.
 
카메라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분석해 도로 환경과 장애물들과의 거리를 계산한다. 전용 소프트웨어는 사전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인간이 학습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다. 테슬라는 카메라를 핵심 센서로 사용한다.

레이더
선박, 항공기에 탑재되는 레이더와 같이 전파를 쏘아 주변 물체의 움직임을 탐지한다. 장애물을 정교하게 탐지하기 어려워 보조 도구로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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