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없이 즐기는 요트축제..프랑스 생트로페

한국일보 2016. 9. 26. 1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41)

요트를 타거나 혹은 소유하거나. 죽기 전 영원한 버킷리스트로만 남게 될까?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 생트로페에서는 지금 전 세계 꿈의 요트를 불러들이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물론 요트가 없어도 요트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비린내 나던 어촌 마을인 생트로페는 전 세계 요트족이 진격하는 곳이 되었다. @rvé around

생트로페는 프랑스 내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도시다. 그 시작은 작은 어촌이었다. 근처 칸느와 마르세유와는 다른 소박함이 있었다. 남프랑스에 깃든 지중해의 빛과 공기에 감동한 외지인들 사이엔 입소문이 돌았다. 20세기 초 화가 폴 시냑이 지중해 여행 중 이곳에 반해 편집증에 가까운 점묘법으로 칭송했고,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작가 콜레트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유명인의 은신처로도 이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지트에 가까웠다.

판도가 바뀐 건 1955년 이후다. 섹시 심벌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하였다(Et Dieu Crea la Femme)’ 촬영 차 이곳에 왕림한 시기다. 미국 영화감독 로저 바딤은 촬영지를 물색했다. 생트로페 뷰 포트(Vieux Port, 구 항구)로부터 동남쪽에 위치한 해변이었다(행정구역상 생트로페가 아닌 라마투엘에 속하나 그들은 생트로페로 오인했다). 촬영 내내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한 가정집에 식사 협찬을 요청했다. 당시 촬영팀을 먹여 살린 가정집이 지금의 ‘클럽 55(club 55)’이다. 부자라면 반드시 들르는 통과의례 같은 바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기폭제는 브리지트 바르도가 아예 생트로페에 집을 사들인 사건(!)이다. 집 이름은 그물이란 뜻의 라 마드라그(La Madrague).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 앨범에서 본인이 부른 노래 제목이다. 당시 가격으로 약 25만 프랑, 6억 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그가 얼마나 이 집을 원했는지 절박함이 묻어 있음이요, 천정부지로 올랐을 땅값은 안 봐도 천리안이었다.

이후 트로페지엔(Tropeziens, 트로페즈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바뀐 외지인의 취향에 맞게 억만장자의 ‘워너비 스팟’으로 단장했다. 요트 축제(Les Voiles de St Tropez, 생트로페의 돛들)도 단단히 한 몫 했다. 1990년 이후 매년 초가을, 세대를 망라한 전 세계의 요트를 불러들였다. 덕분에 여행자의 부담도 쏙 빠졌다. 생트로페를 좀 더 유연하게 여행할 수 있는 구실이 마련된 것이다. 주머니가 좀 가벼울지라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넉넉해지는 게 바로 축제가 아니던가.

바람 부는 뷰 포트에서 일렁이는 요트 구경

뷰 포트는 생트로페의 심장이자 만남의 광장.

프랑스 요트족은 1년에 몇 번이나 보트를 이용할까? 평균 5~6일 정도란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선 “요트를 사지 말고, 요트를 산 친구(혹은 그 친구의 친구)를 사귀어라”라는 풍문이 나돈다. 이런 기회를 노릴 만한 곳이 바로 뷰 포트다. 여행자 입장에선 짓궂은 날씨가 기회다. 경주에 참가했어야 할 요트가 바람이 거센 날엔 모두 이곳에 집결하기 때문. 구경거리는 요트족의 삶이다. 요트는 응당 그들의 집이자 우주였던가. 각자 요트의 세심한 부분까지 얼마나 집중하는지 소름 끼칠 정도다. 그리고 1%의 희망을 품는다. “저기, 저와 친구를 해주시겠습니까?”

좁은 골목길 대신 거리의 뮤지션이 선택하는 공연장도 뷰 포트 근방.
1811년산 클래식 요트.
마티스와 폴 시냑, 보나르 등 생트로페에 반한 화가의 후예들이 항구 앞에 진을 친다.

아이쇼핑의 맛과 멋 탐하기

생트로페에서 가장 멍청한 일 중 하나가 차를 운전하는 것. 그나마 있는 도로도 도보자가 점령했다.

요트 구경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그 터닝 포인트가 축제 전시장이다. 주제는 역시 바다와 요트. 사진 및 패션, 생활용품 등이 주요 볼거리다. 이곳을 돌아 뒷골목으로 진입하면 사람들의 발길은 감베타 거리로 향한다. 한마디로 구시가의 요점 정리편이다. 어깨를 부딪칠 수밖에 없는, 조약돌이 깔린 좁은 길에 늘어선 가게들이 앞다투어 시선을 빼앗아간다. 브리지트 바르도의 은혜를 받은 타르트 트로페지엔(tarte tropezienne, 트로페인의 파이) 숍도 이곳에 있다. 그가 폴란드 태생 알렉산드르 미카 할머니의 크림 빵에 매료되어 이름까지 붙여준 전설의 빵이다. 이 거리는 100년 넘은 플라타너스 아래 보드게임이나 페탕크(Petanque, 금속 공을 목제 공에 가까이 두어야 승리하는 구기)로 시간을 낚는 리스 광장으로 연결된다.

짜릿한 순간들! 전시장은 축제가 빚어낸 역동적인 사진으로 시작된다.
감베타 거리에는 생트로페의 핵심 브랜드가 총집결한다. 없던 정도 생길 정도로 서로 부딪치게 되어있다.
항해 중인 보트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는다는 축제 전시장의 도미니크 페로틴(Dominique Pérotin)의 작품.
3단 크림으로 살 뺄 걱정부터 해야 하는 타르트 트로페지엔은 놀랍게도 담백하다.
페탕크의 단순한 게임 방식에 누구나 적극적인 구경꾼이 된다.

오르락내리락 골목길을 따라 솟는 맵시 산책

라 폰츠(la ponche)에선 계단에 걸터앉아 해질녘 섬광의 진귀함을 목격할 수 있다.

생트로페에선 길을 잃는 법이 없다. 지중해가 랜드마크이고 언덕으로 연결되는 골목길은 언제나 끝이 있다. 미로가 오히려 돌아갈 곳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언덕으로 발품을 팔수록 거리는 맵시를 더한다. 인적이 드물어 생트로페의 속살이 드러난다.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율배반적인 단어의 조합도 가능하다. 갤러리든 카페든 별장이든, 특유의 소박한 정서에 송두리째 묶인 느낌이랄까. 기죽이지 않고 오히려 포옹한다. 바다의 소금기를 먹은 건물의 모서리는 날씬하게 빠졌고, 주택가의 문패조차 서툴지 않은 감각을 뽐낸다. 해질녘엔 뷰 포트의 북동쪽로 내려와 라 폰츠(la ponche)로 발길을 돌린다. 계단에 걸터앉으면 섬광의 진귀함을 받아들일 영광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덕길은 ‘생경하면서도 익숙’하다.

생트로페 요트 축제 정보

억만장자들의 놀이터 생트로페는 역시 물가가 매섭다. 축제 기간엔 부르는 게 값인 호텔과 레스토랑 가격에 기죽고 싶지 않다면, 반나절 소풍 기분을 내는 게 진리. 축제를 포함한 성수기엔 페리를 이용해 칸이나 골프주앙, 니스 등의 큰 마을 혹은 인근 생트 막심(Sainte-Maxime)에서 갈 수 있다. 올해 축제는 9월 24일~10월 2일. 추가 정보는 www.lesvoilesdesaint-tropez.fr(http://www.lesvoilesdesaint-tropez.fr/)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