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4년 연속 풍년인데.. 시중에 넘쳐나는 쌀 어쩌나
시중에 넘쳐나는 쌀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풍년이 들면서 쌀값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새누리당은 농업진흥지역을 확 푸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농지를 줄여야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계를 넓혀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해제된 농업진흥지역에는 공장이나 물류창고, 상가 등이 들어서 다시 논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향후 흉년과 국제곡물가격상승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쌀값이 폭등할 수도 있다. 또 농촌 생태계가 파괴되고 땅 투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향후 한반도 통일시대가 열리면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 직원들이 공공비축벼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자료사진 |
농업진흥지역은 식량 자급 및 효율적인 국토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1992년 처음 지정됐다. 그린벨트처럼 농업생산·농지개량과 연관이 없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개발이 제한돼 있다. 지난해 기준 농업진흥지역은 104만㏊이며 저수지와 하천 등을 뺀 농지는 81만1000㏊다. 농식품부는 2007∼2008년 12만㏊를 해제한 데 이어 올해부터 내년 2월까지 10만㏊를 푼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도로, 하천 등으로 3㏊ 이하 자투리가 발생한 지역, 하천이나 도로 편입 부지, 진흥지역에 군부대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경지정리 안 된 1㏊ 이하 잔여지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진행됐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최로 열린 ‘쌀값 대폭락 정부 규탄 전국농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바닥에 흩어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2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쌀값 폭락 대책은 부동산 투기 조장 방안”이라며 “농업진흥지역 해제 논의를 중단하고 쌀 대책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청와대·정부·새누리당은 쌀값 대폭락 해결책으로 밥쌀 수입 중단을 선언하고 당장 100만t 수매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며 “대북 쌀 교류 등 적극적인 재고처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갖고 “진흥구역은 엄격하게 농지 관리를 해왔는데 정부가 앞장서 풀면 농업 투자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는 해마다 농업진흥지역 지정 해제 여부를 평가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올해 쌀수확량은 410만~420만t 정도로 적정 수요보다 35만t 정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당정 간담회 논의 내용 등을 반영한 수확기 종합 대책을 다음달 14일쯤 발표한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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