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4년 연속 풍년인데.. 시중에 넘쳐나는 쌀 어쩌나

2016. 9. 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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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업진흥지역 해제 카드에.. '식량안보 위협' 논쟁 확산 / 4년 연속 풍년에 당정청 추진.. 우려도 커져

시중에 넘쳐나는 쌀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풍년이 들면서 쌀값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새누리당은 농업진흥지역을 확 푸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농지를 줄여야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계를 넓혀보면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해제된 농업진흥지역에는 공장이나 물류창고, 상가 등이 들어서 다시 논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향후 흉년과 국제곡물가격상승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쌀값이 폭등할 수도 있다. 또 농촌 생태계가 파괴되고 땅 투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향후 한반도 통일시대가 열리면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화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 직원들이 공공비축벼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자료사진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고위급 협의회를 열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은 농업진흥지역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쌀과 축산용 사료 농사를 필요할 때마다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안은 최근 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쌀값 폭락에 따른 것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79만㏊로 전년대비 2만㏊ 줄었지만 풍년이 예상된다. 산지쌀값(80㎏)은 15일 기준 1만5544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1% 낮다. 정부 재고량은 8월 말 현재 175만t으로 적정 수준(80만t)의 두 배가 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추가 시장격리조치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업진흥지역은 식량 자급 및 효율적인 국토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1992년 처음 지정됐다. 그린벨트처럼 농업생산·농지개량과 연관이 없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개발이 제한돼 있다. 지난해 기준 농업진흥지역은 104만㏊이며 저수지와 하천 등을 뺀 농지는 81만1000㏊다. 농식품부는 2007∼2008년 12만㏊를 해제한 데 이어 올해부터 내년 2월까지 10만㏊를 푼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도로, 하천 등으로 3㏊ 이하 자투리가 발생한 지역, 하천이나 도로 편입 부지, 진흥지역에 군부대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경지정리 안 된 1㏊ 이하 잔여지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진행됐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주최로 열린 ‘쌀값 대폭락 정부 규탄 전국농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바닥에 흩어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그러나 대부분 우량농지로 국민식량 생산기지인 농업진흥지역을 마구 풀어버리면 흉년이 들 때 식량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 식량자급률(20%대)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면 땅값이 오르게 된다. 투기꾼들이 몰려들 수 있다. 농민들이 판 땅에 건물을 지으면 다시는 농토를 돌릴 수 없게 된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2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쌀값 폭락 대책은 부동산 투기 조장 방안”이라며 “농업진흥지역 해제 논의를 중단하고 쌀 대책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청와대·정부·새누리당은 쌀값 대폭락 해결책으로 밥쌀 수입 중단을 선언하고 당장 100만t 수매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며 “대북 쌀 교류 등 적극적인 재고처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갖고 “진흥구역은 엄격하게 농지 관리를 해왔는데 정부가 앞장서 풀면 농업 투자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는 해마다 농업진흥지역 지정 해제 여부를 평가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올해 쌀수확량은 410만~420만t 정도로 적정 수요보다 35만t 정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당정 간담회 논의 내용 등을 반영한 수확기 종합 대책을 다음달 14일쯤 발표한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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