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 밑에 잠실야구장 2배 지하도시
구상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단절돼 있는 시청역과 광화문역 구간 지하에 400m 길이의 보행로를 만든다. 이 지하 보행길과 덕수궁과 서울시의회 사이에 있는 옛 국세청 별관, 인근에 있는 프레스센터, 코오롱빌딩,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등 5개 대형 오피스 건물들을 이어 상업·문화·휴게 기능이 어우러진 도심 속 3만1000㎡ 규모의 '지하도시'를 개발한다.
옛 국세청 별관 용지는 2018년 즈음 지상은 역사문화광장(1088㎡)을 조성하고 지하는 3층까지 파서 '서울도시건축박물관' 등 문화공간(2881㎡)으로 조성한다. 이르면 11월 공사에 들어간다. 프레스센터는 2020년 재건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싱가포르투자청은 SFC는 리모델링을 하고 코오롱빌딩, 프리미어 플레이스, 정보화진흥빌딩은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대로 일대에 지하도시가 조성되면 종각역~광화문역(1㎞)과 시청역~을지로3가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3.1㎞) 사이의 총 12개 지하철역과 30개 대형 빌딩이 'ㄷ'자 형태로 끊김 없이 연결되는 지하 보행길이 완성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십수 개의 대형 건물과 지하 보행로가 민간 협력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건물이 준공된 지 25~35년이 지난 만큼 건물주들도 지하도시 기본 구상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재건축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세종대로 지하도시 사업은 앞서 공개된 영동대로 지하도시 사업과 함께 '서울형' 지하도시의 양대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로라인 랩(Lowline Lab)과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 (Underground City) 등을 연이어 방문해 지하도시의 효율적 보행환경을 서울시에 접목할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서울시는 강남 삼성역과 봉은사역 사이 영동대로 밑으로 지하 6층 시설(연면적 16만㎡)을 코엑스 상업몰(16만5000㎡), 현대차 통합 신사옥(GBC·9만6000㎡) 등과 연결해 63빌딩의 2.5배(42만㎡) 규모의 초대형 복합상권을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종대로 일대 지상도 시민들이 걷기 편해진다. 세종대로 변은 대로변 건물의 지상 주차장 용지에 시민 광장 등 휴식공간과 지하·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연장 형태의 선큰(sunken)이 조성된다.
청계천 변은 스트리트형 상가를 만들어 걷고 싶은 거리로 바뀌게 된다. 무교로 변은 청계광장과 가까운 무교공원을 이벤트 광장으로 다시 꾸민다. 대형 오피스빌딩 상층부에는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전망 엘리베이터와 전망대 설치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또 일본 도쿄 명소인 롯폰기힐스와 도쿄역세권 마루노우치 등을 벤치마킹해 '서울형 타운 매니지먼트'도 추진한다.
상업용 빌딩이 즐비한 도시는 저녁이나 주말에 텅 비어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재건축·리모델링 등 하드웨어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활용해 도시를 브랜드화하려는 것이다. 실제 롯폰기힐스는 타운매니지먼트 덕분에 준공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연간 방문객 수가 400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무교·다동 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한 정비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건물주 등 민간 사업자들의 개발 이익을 고려하는 한편 충분한 공공기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 지하도시 조성 공간은 입체적 보행공간을 만들어 글로벌 명소로 발전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물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 건강과 환경을 살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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