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어리 방치건축물 없애자"..지자체 너도나도 정부지원 신청
돈 아끼고 미관도 개선하고…
LH·지방공사 통해 대대적 정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정비사업’이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인기다. 수년째 공사가 중단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곳들이 많지만, 지자체들 입장에선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마감된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정비사업 2차 선도사업 공모에 20개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19일까지였던 공모 기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신청서가 들어오고 있어 최종 집계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지자체들 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방치건축물 정비사업을 시작했다. 각 지자체의 힘만으론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방치 건축물 문제를 지원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당시 방치 건축물 17곳이 접수됐고 평가 절차를 거쳐 4곳(과천ㆍ원주ㆍ순천ㆍ영주)이 선도사업지로 선정됐다.
과거에도 공사가 중단된 채 남겨진 건축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4년 5월엔 ‘공사중단 장기방치건축물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방치건축물 특별법)까지 시행됐다. 시ㆍ도지사가 방치된 건축물을 직접 취득해 정비사업을 벌일 수 있는 근거가 담겼지만, 실제로 정비가 이뤄진 사례는 아직 없다.
지자체들은 무엇보다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점을 부담스럽게 느낀다. 시공사 부도 등으로 문제가 생긴 민간사업장에 관(官)이 개입해 용적률ㆍ건폐율 등 건축조건을 바꿔주면 자칫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것도 지자체들을 소극적으로 만든 요인이다. 2차 선도사업에 신청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지원을 해주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의 이런 입장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선도사업을 구상했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에 본보기가 되는 ‘모델’을 만드는 게 당면과제다. 이 일환으로 올해 초 방치건축물 특별법을 개정했다. LH나 지방공사를 위탁사업자로 지정해 방치건축물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개정내용이다.
1차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4곳 가운데 경기도 과천(우정병원)과 강원도 원주(주상복합)의 진행속도가 가장 빠르다. 현재 구체적인 정비방안을 모색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나머지 2곳(순천ㆍ영천)은 해당 지자체가 토지주, 건물주 등 이해당사자들과 초기 협의를 하고 있다.
19년째 공사가 멈춰있는 과천 갈현동 우정병원은 철거하고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앞으로 LH는 토지주, 건물주와 협의를 거쳐 우정병원을 매수하고 과천시는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ㆍ건폐율 조정 등 필요한 행정절차를 처리하게 된다.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후 공사에 진척이 없는 원주 우산동의 주상복합 현장도 철거 후 오피스텔을 짓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곳은 현재 건축주가 자금을 들여 철거와 신축공사를 하게 된다.
국토부는 일단 과천과 원주 사업을 가시화해 성공모델로 전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중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길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과 원주에 주거시설을 세운다면 어떤 규모(층수ㆍ가구수ㆍ면적 등)와 조건으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며 “일종의 컨설팅을 맡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토부는 전국의 공사중단 방치건축물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 건축현장은 모두 387곳이고, 평균 153개월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아무리 방치건축물이더라도 민간 소유권자가 있는 상태에서 공공이 개입한다는 건 해당 재산의 가치에 해당하는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하는 것이라 민감한 작업”이라며 “단순히 LH에 맡겨버리는 식으로 끝날 게 아니라 지자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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