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아파트값, 집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금리인상 등 변수 많아…지역·목적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
전국 집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무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급 과잉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주택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불안 요인이 여전한 데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사자니 이미 많이 오른 것 같고 기다리자니 더 오를까 걱정이다.
9월 현재 전국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9일 기준)은 101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11년 10월 3.3㎡당 937만원을 기록한 후 하향세를 보이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집값 강세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부산, 울산, 인천, 광주, 대전, 제주 등의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전 고점을 넘지 못한 지역은 2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를 통한 대규모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와 이미 지난해 기록을 경신한 대구, 2곳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 실거주와 투자 등 지역과 목적에 따라 차별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조급한 마음에 구매를 서두르기보다는 구매 여건을 한층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고가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지방간 온도 차는 분명하다"며 "최근 흐름을 보면 수도권 중에서는 서울만이, 지방 중에서는 부산, 세종, 제주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 우려가 없는 지역, 재건축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역만 선별적으로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 센터장은 차별적인 시장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서울과 같이 공급 우려가 없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내년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무주택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산다면 모르겠지만 차익을 노리는 투자 목적이라면 주택 구매에 한층 신중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지금의 집값 강세를 비이성적인 과열 상황으로 단정했다. 박 위원은 "8·25 가계부채 대책이 공급 축소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주택 구매를 서두르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공급 속도를 조절, 공급 과잉을 해소하겠다는 말을 공급 축소의 의미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기준금리 인상, 공급과잉, LTV·DTI 규제완화 연장 등 변수가 많은 만큼 시장 상황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초고분양가 공세로 인해 집값 오름세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한풀 꺾인 상태"라며 "강남 재건축, 저금리, 8·25 대책 등이 실수요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내년 이후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입주 물량 확대 등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되면 시장도 지금의 과열 흥분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가 공급 조절에 나섰지만 이미 분양이 많이 이뤄진 만큼 올해 하반기나 내년 이후 입주 물량이 상당하다"며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등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되는 지역은 조정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집 사는 것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집을 사야 한다"며 "수도권의 경우, 과천, 광명 등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되고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한도 다가오기 때문에 (멸실 물량을 고려하면) 공급이 많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방 역시 새 아파트나 신규 분양 수요는 꾸준하다"며 "지방에서 집을 산다면 재고주택보다는 신규 분양 아파트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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