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통장에만 돈 쌓는 가계..'돈맥경화' 갈수록 심화

김상훈 기자 2016. 9. 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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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불예금회전율 20.3회, 11년 5개월만에 최저 수준, 돈 인출 안하고 지갑 닫아, 기업 생산·투자 위축 이어져, 은행 대출 부동산·자영업 쏠려, 금리인하, 경기개선 효과도 약화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가계는 지갑을 닫고 돈을 은행 통장에 쌓고 있다. 가계 소비를 줄이자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은행의 대출도 부동산 등 일부 업종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가계 소비→기업 생산→투자(은행 대출)→성장’으로 이어지는 신용의 부가가치 창출 여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가 없거나 저리의 이자를 받는 저축성 예금) 회전율은 20.3회로 집계됐다. 이는 6월 22.3회보다 2회나 떨어진 수준으로 2005년 2월 18.1회를 기록한 후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이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2011년 34.2회, 2012년 32.7회, 2013년 28.9회, 2014년 26.7회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회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33.0회) 회전율의 3분의2 수준인 24.3회에 그쳤다.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소비 주체가 그만큼 지갑을 닫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가계의 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 소비성향이 사상 최저인 70.9%(2·4분기 기준)까지 떨어져 있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 기업도 제품 생산을 늘릴 수가 없고 이렇다 보니 투자도 뒷걸음질이다. 올 들어 기업의 설비투자는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5%, 2·4분기에는 2.7% 각각 감소했다.

은행의 대출도 부가가치 창출 여력이 큰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 및 임대업 등 자산시장이나 자영업에 쏠리고 있다. 2·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체 기업 대출의 증가폭(6.5%)에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부동산 및 임대업이 전년 동기 대비 15.7%, 숙박 및 음식점업이 10.8%, 도매 및 소매업이 7.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정기예금과 수시 입·출식 예금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가계의 자산 운용 행태가 바뀌면서 분모인 요구불예금 규모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회전율이 낮아진 것”이라며 “은행의 대출도 늘고 있어 금리 인하로 인한 신용 창출 여력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규모가 큰 부동산 등 일부 업종에 몰리면서 부가가치 창출의 질은 나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 경제 활력 지표인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1·4분기 0.71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화유통속도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연간으로 환산해 시중 통화량 지표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 숫자로 일정 기간에 통화 한 단위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를 계량화한 지표다. 본원통화의 통화량 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통화 승수도 지난 4월 16.9로 역대 최저치까지 내려앉았다.

이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한은도 지난해 말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이하로 완화된 금융여건이 자산시장 이외의 실물경제를 개선하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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