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중국어의 발음부호 '한어병음'

기자 2016. 9. 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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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자를 문자로 쓴다. 그런데 한자는 뜻글자라 발음은 별도로 외워야 한다. 그래서 고대부터 발음을 나타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반절(反切)이라 하여, 상대적으로 쉬운 두 글자를 조합해 원래 글자의 음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자로 글자의 발음을 표기하니 기초 지식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런 한자에 현대식 발음 표기를 가장 먼저 고안한 사람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으로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발음 표기법을 만든 것이다. 영국인 웨이드는 익숙한 알파벳과 발음표기를 이용해 중국어 표기법을 만들었고 이를 나중에 자일스가 수정하였는데, 이를 웨이드 자일스 표기법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중국의 한어병음의 토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인 스스로도 발음기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교육 목적으로 주음부호(注音符號)라는 발음기호를 만들었다. 일본의 히라가나와 비슷한 형태로 한자를 변형한 , , , 등과 같은 형태의 발음부호이다.

대륙의 중국 정부가 등장한 이후 한어병음( 音) 방안이 발표되는데, 중국어 한자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발음부호를 말한다. 1958년부터 전국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중국어에서는 줄여서 Pinyin이라 하고 한국어로는 병음이라고 한다. 여하튼 한어병음의 등장으로 알파벳을 안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비슷하게 중국어를 발음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순서를 외우기도 편해 사전 찾기도 편해졌다. 지금도 중국의 유치원생들은 한자를 익히기 전에 한어병음으로 먼저 중국어를 익힌다. 복잡한 한자를 먼저 익히면 어려워 포기할까 봐 순위를 조정한 것인데, 우리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언어는 언제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서여야 한다.

한어병음의 등장으로 손쉽게 중국어를 익힐 수 있게 되었지만, 알파벳을 빌려 쓰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금도 신문에서는 중국 돈의 단위를 위안화라고 표시하는데, 사실 이는 元의 표기로 ‘위엔’이란 발음에 더 가깝다. 그런데 처음에 영어식으로 읽다 보니 위안이라고 굳어져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중국어의 한어병음엔 나름대로의 발음 법칙이 있다. 예를 들어 ang, yang, yan 이런 발음이 있다고 할 때, 같은 a지만 발음이 약간씩 다르게 들린다. 굳이 우리말로 표기하자면 앙, 양, 엔 등으로 다르게 들린다.

정리하자면 한어병음은 알파벳을 빌려왔을 뿐, 중국어를 표기하는 발음부호이다. 이 말은 곧 비록 알파벳을 쓴다고 하나 영어식으로 읽으면 안 되고, 한어병음 나름대로의 법칙대로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어병음의 발음법칙은 약간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리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이 한어병음만 잘 익혀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 판단된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인명이나 지명 등 고유명사를 외국어로 표기할 때 모두 이 한어병음으로 표기한다. 또 웬만한 표지판은 한자와 병음을 동시에 표기한다. 그러니 이 발음 규칙만 알아도 배낭여행을 하거나 길을 찾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양대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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