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늘어난 빚, 가계부채 대책의 역설..정부가 놓친 3가지 오류

이진혁 기자 2016. 9.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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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꺼내 든 ‘가계부채 대책’이 오히려 불붙은 부동산 시장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DB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중도금 대출 억제와 주택 공급량 조절. 최근 신규 분양시장 활황으로 급증하는 중도금 대출을 옥죄고, 주택 공급량을 조절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3가지 오류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 더 늘어난 가계대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계대출+판매신용)는 1257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와 비교해 54조원 이상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DSR)은 170%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을 때 미국의 DSR(135%)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8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은 682조3777억원으로 한 달 만에 8조7163억원이 늘었다. 올해 들어 최대 증가 폭이며, 지난해 10월(9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이 6조1872억원 늘면서 가계부채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9월 가계대출 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이전부터 언급됐다는 점에서 8·25 대책 약발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사실 정부도 국가 경제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집단대출 억제와 주택 공급량 조절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집단대출은 8조7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2.4%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 11조6000억원까지 늘면서 49.2%까지 비중이 커진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 거꾸로 간 대책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이 예상과 달리 시장에 먹히는 것 같지 않다. 8·25 대책 이후 서초·강남·송파 일대 재건축 아파트 호가는 오히려 더 뛰었고, 아파트 청약률은 여전히 수십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부동산 쏠림 현상이 꺾이지 않았다. 8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9만8130건을 기록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의 8월 거래량 평균치와 비교하면 무려 45.1% 증가한 수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나올 공급량을 조절해 가계부채의 상승 속도를 줄이자는 것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는 없다”며 “정부 정책이 나왔을 때부터 과열 현상 잡으려는 목적은 처음부터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전매제한 같은 강한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완전히 죽을 것 같아 약한 대책을 내놓다 보니 시장에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약발이 듣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① 집단대출 건드리지 않은 건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한 격’

첫 번째는 가계대출의 뇌관인 집단대출 규제를 건드리려다 말았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집값의 10~20% 정도 되는 계약금만 있으면 집을 분양받고, 3년 정도 시장 변화를 지켜보다 분양권을 팔아버리면 되기 때문에 집단대출을 받는데 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신용이나 상환 능력을 크게 보지 않는 데다 요즘은 저금리 덕까지 톡톡히 볼 수 있어 청약시장에 접근하기 가장 쉽다.

위례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 앞에 떴다방들이 몰려있는 모습./조선일보DB

이는 다시 말하면 집단대출이 부실대출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단 대출에 대한 소득 심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집단 대출자의 소득자료를 확보하겠다고만 밝혔는데, 실제로 소득 심사를 해서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집단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집단대출을 손대지 않고, 가계부채를 줄이려고 한 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집단대출 규제는 단기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집단 대출을 받는 개인에 대한 소득 심사를 해 대출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인·허가 물량에 대한 규제를 통해 집단 대출 총량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 “시장심리 오판, 명확한 설명 부족”

두 번째는 시장 심리를 오판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지금까지 주택 공급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차차 줄이겠다는 의도로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는 정작 기존에 공급됐거나 현재 분양되는 아파트에 희소성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의도와 정반대로 생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될 곳은 그래도 된다’는 판단이 여전히 시장에서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청약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행동을 주저하게 만들어야 했고, ‘될 곳도 안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야 했다”며 “결국 부동산 경기에 부담을 주는 게 무서워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것이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킨 꼴”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급 물량 축소는 앞으로 3~4년 후의 일이지만, 마치 지금 공급 물량이 축소되는 것처럼 수요자들이 받아들여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 축소라는 부분이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③ 손보지 않은 분양권 전매

세 번째는 분양권 시장을 손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주택시장이 달아오른 것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환경에다 수천만원의 소액으로 투자 가능한 분양권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탓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해 1순위 청약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을 대폭 줄이거나, 전매제한을 도입해 분양권 매매를 금지하는 등의 강한 규제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래 교수는 “지금의 주택 시장 활황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1순위 자격 완화와 같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결과”라며 “1순위 자격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을 길게 만들거나 부분적으로 가점제와 결합하는 등 1순위 자격을 강화해 실수요자 중심의 건강한 수요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전매제한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해당 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을 2년 6개월~3년 정도로 둬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며 “분양권 거래는 기본적으로 투기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분양권 거래를 기준으로 투기지역을 지정하든가, 정부가 투기지역이라고 확신이 드는 일부 지역에 한해 전매를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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