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도 감정가 6배 넘겨..제주 토지경매 2년 넘게 고가낙찰
지난해 제주 신공항 건립 발표 이후 불붙기 시작한 제주 토지 경매시장이 올해도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달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고가낙찰이 이뤄지고, 감정가의 6배를 넘겨 낙찰되는 땅도 나오고 있다.
18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8월 법원경매에 나온 제주 토지의 월 평균 낙찰가율은 150.4%를 기록해 2년 5개월 연속 100%를 넘어섰다. 제주 낙찰가율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제주 토지의 월별 경매 낙찰가율은 제주 제2공항 건립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224%까지 치솟았고 올해 들어서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9월에도 9일 기준 177.8%로 집계돼 100%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물건 자체도 희귀하다. 지난달 제주 토지의 월 평균 경매 진행건수는 14건에 불과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사상 최저치로 나타났다. 제주도 땅은 매달 150~200건 정도 법원경매에 나왔지만 2013년 들어서 월 평균 100건 미만으로 줄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대부분 매달 50건을 밑돌았다.
제주도가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등 3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각종 투기 억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도 토지 거래가 활발한 만큼 경매시장까지 넘어오는 물건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9월까지 집계된 제주 토지 평균 경매 낙찰율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며 “경매로 나오는 족족 낙찰될 정도로 제주 토지를 찾는 수요가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매를 통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땅이라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응찰자들이 더 경매 물건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감정가의 몇 배를 넘겨 낙찰되고, 수십명의 응찰자가 경매에 참여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면적 1395㎡짜리 임야에 23명이 응찰했다. 신건이고 주변에 도로가 없는 맹지였지만, 감정가 1395만원의 무려 6배가 넘는 9034만원(648%)에 낙찰됐다.
같은 달 첫 경매가 진행된 같은 지역의 임야 1458㎡도 25명이 응찰했고 감정가(1458만원)의 549%인 8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7월 경매가 진행된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면적 340㎡의 대지는 첫 경매였지만 무려 68명이 몰려들었고, 감정가(1071만원)의 298%인 3190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제주 토지의 거래가 지나치게 활발했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른 만큼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시장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매 입찰 때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3년 가까이 제주 토지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경주마’처럼 상승만 해온 만큼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이 현상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지자체에서도 토지 거래에서 까다롭게 제한을 두고 있고, 오른 가격만큼 토지 감정가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들기보다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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