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일선 학교 무너지는 공교육 '학교보다 학원 먼저'

이정현 기자 2016. 9.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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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생들 정상수업도 빠지고 '학원행' "학교 정규수업 침해..일부 학원행태가 문제"
© News1 DB

(충북ㆍ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충북 청주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원에 가기 위해 정규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입시문제와 직결되는 탓에 제재는커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규 수업을 빼면서까지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 현장에 종사하는 교사들이나 남은 학생들은 피해 아닌 피해를 받고 있다.

18일 청주시내 일부 고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원 수강을 받기위해 정규 수업시간을 빠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3학년 2학기가 시작된 일반계 고교에서 예체능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노와 성악, 미술 등 예체능 위주의 입시교육은 학교 교육에서는 충족시키기 힘든 구조라는 데 학생들의 이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겨냥한 일부 입시학원들의 전략적 교습 행태가 맞물리면서 학교교육정상화는 허공의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실제 청주의 한 여고 고3 교실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정원이 꽉 차 있는 경우를 보기가 드물다.

대입을 앞두고 예체능 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 각자의 이유를 들어 4교시 수업만 마친 채 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린 탓이다.

한 학급 정원이 40여명가량인 이 학교의 경우 한 교실에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15명이나 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입시를 준비 중인 한 고3 학생은 "대학 실기 문제 때문에 담임선생님에게 얘기를 한 후 오후에는 학원으로 가고 있다"면서 "3학년 2학기때는 교과서 진도라는 개념도 없기 때문에 정상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친구들과의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우리나라 교육의 공통된 기조 속에도 일선 학교 현장의 모습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의 정규수업 이탈이 내키지 않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학생들의 정상적인 수업 참여는 원칙적으로 당연한 의무이지만, 입시 경쟁 속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몇 몇 학생들이라고는 하나 이들의 학교 이탈은 부작용을 낳는다.

담임교사들은 학업지도·관리에 애를 먹고 있고,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교사 A 씨는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일부 학원들의 행태”라며 “아이들의 진로가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 학부모의 요구를 학교에서 거절하기도 어렵다보니 넘어가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는 학교교육 정상화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수업 시간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손봐야 한다”면서 “어떤 이유이든 정상적인 학교 수업에는 침해가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사 B 씨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겠냐”면서 “대입 수시전형에 3학년2학기 성적이 들어가지 않는 탓에 원래 이 시기가 되면 의례적으로 학교 수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청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청주시내 일부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의 고충이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학교 수업 참여를 의무화하는 명시화된 규정이 없다보니 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 때문에 주로 이들 학교에서는 학원 교습시간에 대한 변경 등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례에 의거 문제없이 운영 중인 학원들을 무조건 제재할 명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충청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제4조에는 학원의 교습시간을 새벽5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cooldog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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