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청년 실업자 100만명..'헬조선' 주범은?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청년(15∼29세) 실질 실업자 100만명 시대라고 합니다.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란 뜻입니다. 자아실현의 꿈이 꺾인 청년 세대들은 ‘헬(hell)조선’(지옥같은 한국)이란 자조적인 말로 욕구 불만을 쏟아냅니다.
청년 세대를 ‘잉여인간’으로 만든 유례없는 취업난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 남녀(2383명) 중 각 90% 가까이 결혼 장려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각 30% 안팎의 남녀가 최우선 과제로 ‘청년고용 안정화’를 꼽았습니다. 이어 미혼남의 23.0%, 미혼녀의 16.5%는 ‘청년실업 해소’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조사대상의 절반 정도는 일자리 문제를 지목한 셈입니다. 여기서 먼저 직장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애를 갖겠다는 미혼남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력과 직결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청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셈입니다.
그럼 청년실업 사태는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한편에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데,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며 힘든 일을 피하려는 성향을 탓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처우, 임금 등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게 노동 시장의 현주소입니다. 이를 감안할 때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을 탓할 수만 있을까요? 그보다는 청년 실업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의 내년 일자리 예산이 17조53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7%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청년들이 예산 증액 효과를 체감하기는 힘들 거란 목소리가 들립니다. 왜 일까요? 증액 항목을 들여다보니 예산 대부분이 직업훈련이나 간접적인 고용지원에 배정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일자리 심층 평가에 따라 중장기 고용 효과가 높은 부문에 투자를 대폭 늘렸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멀리 보고 내놓은 정책이라면 당장 효과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하지만 이를 통해 과연 취업문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현 청년실업 사태를 풀기 위한 출발점은 고용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청년 수당’을 추진하고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자론’은 이런 면에서 귀를 기울일만합니다. 지난달말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청년의회에서 박 시장은 “적어도 시작 단계에선 탈락자가 없도록 10명이 앉으면 의자 10개는 맞춰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러지도 못하면서 자리에 앉지 못한 청년들을 도덕적 해이와 나태함, 무능력으로 매도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권지웅 청년의회 의장(28)도 “청년 문제는 세대가 아닌 시대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실제 노년층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청년 신규 채용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등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갈등마저 펼쳐집니다. 경제 약자인 청년층과 노인층을 모두 껴안으려면 경제를 활성화해 고용시장을 확대하는 길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제조업 공장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수출로는 국내 일자리 증가에 한계가 있습니다. 대안은 또다른 경제 성장축인 내수 살리기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계가 도통 지갑을 열지 않는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한 주범은 바로 가계 빚입니다. 현 정부는 대출기준 완화 등 부동산 시장의 규제를 풀어 경기를 살리려 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되레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부작용만 커졌습니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이 9조원 가까이 폭증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6조2000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폭으로 늘었습니다.
빚더미에 빠져 체감 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소비를 줄였고, 이 여파로 기업 매출도 뒷걸음질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IMF도 최근 한국 가계 빚의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1%p 오르면 소비가 0.06%p 줄어든다”며 가계빚에 따른 경기 활력 저하를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후 불안에 따른 중장년층의 영세 자영업 진출과 함께 전셋값 급등을 우리나라 가계 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전셋값 급등→가계 부채 급증→소비 위축→경제 활력 저하→일자리 감소’라는 진퇴양난의 위기와 맞닥뜨린 것입니다.
한국ㆍOECD 2000~2015년 청년실업률 추이 |
||
(단위:%) |
||
연도 |
한국 |
OECD 국가 전체 |
15~29세 실업률 |
||
2000 |
8.10 |
10.06 |
2001 |
7.90 |
10.31 |
2002 |
7.00 |
11.26 |
2003 |
8.00 |
11.54 |
2004 |
8.25 |
11.46 |
2005 |
8.00 |
11.10 |
2006 |
7.85 |
10.27 |
2007 |
7.22 |
9.71 |
2008 |
7.18 |
10.21 |
2009 |
8.06 |
13.67 |
2010 |
8.01 |
13.81 |
2011 |
7.63 |
13.40 |
2012 |
7.54 |
13.44 |
2013 |
8.02 |
13.47 |
2014 |
9.05 |
12.54 |
2015 |
9.17 |
11.56 |
(자료:OECD통계)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2010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 현 정권 들어 8.02%로 반등한 뒤 2014년 9.05%, 2015년 9.17%로 상승 일로입니다. 특히 지난해 수치는 2000년 들어 최고치입니다. 더구나 OECD 회원국 전체 청년실업률은 2013년 13.47%에서 2014년 12.54%. 2015년 11.56%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근인 집값과 가계 빚을 잡지 않고 일자리 정책을 펴봐야 미봉책에 그쳐 혈세만 축낼 게 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집값 안정→소비 개선→ 내수시장 확대→일자리 창출’의 시나리오는 언제쯤 현실이 될까요? 이제라도 정부 경제성장 정책의 방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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