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추석 이후 부동산투자 어떻게 할까
부동산 시장은 매년 통상적으로 추석 이후에 큰 장이 섭니다. 휴가 시즌인 여름철에는 건설사들도 분양을 되도록 피하려 들죠. 그렇기에 추석 이후 분양 물량이 몰리는 겁니다. 그리고 가을이면 이사철도 어김없이 도래해 추석 이후에는 활발한 거래가 일곤 합니다. 자연히 추석 연휴 온 가족이 모이면 전ㆍ월세계약 이야기부터 집 구입에 대한 조언까지 부동산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로 등장하곤 합니다. 이 조언을 바탕으로 연휴 후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생겨나겠죠. 이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도록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물량 그 어느 때보다 ‘풍성’
올 가을 분양시장에는 역대 최대 물량이 풀릴 예정입니다. 건설사들이 정부 규제 또는 부동산 경기 하락을 우려하다 보니 ‘밀어내기 분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어서입니다. 추석 이후 10월까지 분양을 앞둔 아파트만 9만7,753가구(부동산114조사ㆍ임대 아파트 제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9만516가구)을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도 교통ㆍ상업ㆍ업무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1만5,654가구가 분양에 나섭니다.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삼성물산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잠원 한신18ㆍ24차), GS건설 ‘방배에코자이’(서초 방배 3단지) 등 이슈가 될 만한 강남권 재개발 단지들도 등장해 청약열기가 뜨거울 겁니다. “주택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분양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올해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까지 가세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분양 물량만이 아닙니다. 9~11월 입주 예정 아파트도 전국 7만3,365가구에 달합니다. 거주 의무기간이 있어 당장 전세 물건이 나오기 어려운 공공물량을 제외하더라도 5만여 가구가 넘을 전망이라 전세 난민에겐 희소식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서울 물량이 7,072가구 밖에 안 되는 등 여전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세난 심화를 막을 단비가 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언제까지 열기 지속될까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집을 사야 할지, 아니면 전ㆍ월세 계약으로 버틸지 판단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집 값이 요즘같이 오른다면 매입에 우선 순위를 둬야겠죠. 사실 정부의 8ㆍ25 가계부채 대책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는 부동산 열기가 식을 요인이 더 적어진 게 분명합니다. 문제는 집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8ㆍ25 대책 이후로 집값은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3.3㎡당 1,853만원으로, 전고점인 2010년 3월(1,848만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서울 매매가는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도 뜨거운 상태입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입지가 우수한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중도금 대출 건수를 1인당 최대 2건으로 제한하고 소득심사 등을 강화하기로 한 이상,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양극화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올해 8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83% 오른 반면 지방은 0.47% 하락했을 만큼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감지되는 이상신호
서울을 중심으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는 이상신호가 일고 있습니다. 첫번째가 공급과잉 우려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이 7월말 기준으로 6만3,127가구에 달하고 있습니다. 전월대비 3,182가구(5.2%)가 증가한, 2013년 11월(6만3,709가구)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방(13.8%)뿐만 아니라 서울(4.2%), 인천(17.1%)도 미분양이 증가했습니다.
2, 3년 후 분양물량이 될 올해 1~7월까지 주택 인ㆍ허가 물량(41만6,696가구)도 전년 동기대비 8.8%나 증가한 상태입니다. 인ㆍ허가 물량은 이미 지난해(76만5,000가구)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70만가구의 입주폭탄이 떨어지는 2017~2018년을 걱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금을 빌려 투자했다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중점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조사한 전국 민간아파트의 초기분양률(분양 후 3∼6개월 계약 비율)을 보더라도 부동산 열기가 점차 식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초기분양률이 70.5%로, 지난해 2분기(92.2%)보다 21.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전 분기(78.6%)와 비교해도 8.1%포인트 하락했죠. 계약률이 높으면 아파트분양권에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높고 계약률이 낮으면 청약자는 당첨이 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한다는 의미라 분양시장도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유망한 매물로 쏠림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올해가 지나면 전체 시장은 후퇴기를 지나 수축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국내 부동산 위축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의 근거이기도 하죠.
물론 한껏 달아오른 부동산 투자 열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상품 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죠. 투자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현재와 같은 부동산 경기가 적어도 유지는 될 거라는 겁니다. 1인가구 등의 증가로 공급을 뒷받침할 만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 하는 요인입니다.
앞서 소개한 분석 중 어느 하나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하긴 어렵습니다. 모두 그럴만한 근거가 있어서죠. 따라서 삶의 기본인 부동산에 평소 관심을 갖고 혜안을 찾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안목을 키우는 게 부동산에선 키 포인트인 셈이죠. “부동산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입지, 편의시설, 가격, 발전성 등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고 접근해야 한다”(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입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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