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르포] "리콜은 전쟁이다"..추석 앞두고 긴장감 감도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수원=박성우 기자 2016. 9. 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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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분위기는 나지 않습니다. ‘갤럭시노트7’ 리콜(회수 후 개선 조치) 때문에요. 사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졸입니다.”

13일 오후 삼성전자 수업사업장 직원들이 중앙문 출입구를 지나가는 모습. 대부분의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박성우 기자

13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입구.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상황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없었다.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정문을 오가는 직원들의 대화 주제는 하나같이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이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9월 2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을 결정한 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 전량 리콜을 발표했을 때 응원해주던 소비자들의 시선도 시간이 흐를수록 냉랭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가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데 이어 전 세계 항공사들도 갤럭시노트7을 기내에 탑재하지 말라는 조치를 내렸다.

◆ 남은 시간은 이제 5일…연휴 반납한 삼성전자 직원들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주 월요일인 19일 국내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을 상대로 리콜을 시작한다. 추석 연휴 3일에 주말을 합하면, 꼭 닷새 남았다. 신제품을 확보해 각 이동통신사 대리점까지 배송하는 작업을 추석 연휴 기간에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무선사업부 직원은 “다음주 월요일(19일)부터 리콜 물량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생산과 품질검수, 배송 등을 모두 마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자주 찾는 정문 주차장 흡연실. 여기서 만난 한 엔지니어도 긴장감이 감도는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무선사업부 연구개발(R&D) 엔지니어들은 교대로 회사에 남아 비상대기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직원들이 사업장 인근에 마련된 흡연장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 박성우 기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을 비롯한 무선사업부 경영진 대부분도 추석 연휴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도 고동진 사장의 진두지휘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수원사업장에서 실시간 보고와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 임원들이 거의 대부분 날밤을 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이슈인 만큼 직원들 입단속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날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직원들 대부분은 ‘갤럭시노트7’이라는 단어만 꺼내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 남성 직원은 “갤럭시노트7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삼성 직원 입에서 나간 정보는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부 직원뿐 아니라 이동통신 3사에도 함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통신사를 비롯한 파트너 업체들에 갤럭시노트7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해 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서울 지역 주요 서비스센터의 경우 엔지니어들이 추석 연휴에도 갤럭시노트7 관련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테스트, 신제품 교환 업무를 진행한다.

9월 13일 서울 종로구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가 제품 수리를 받으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선일보DB

한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관련 업무 때문에 갤럭시S7, 갤럭시노트5 등 다른 제품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수요도 밀려있다”며 “평일도 휴일도 업무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갤노트7 생산물량 20% 하향 조정에도 구미공장 ‘풀가동’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당초 월 평균 250만~300만대 수준으로 계획했던 갤럭시노트7 생산 목표치를 최근 월 평균 200만대 수준으로 20%가량 하향 조정했다. 갤럭시노트7 흥행 돌풍에 찬물을 끼얹은 배터리 발화 사태와 애플의 아이폰7 출시 등으로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잇단 발화 문제와 전량 리콜 방침, 각국의 사용금지 권고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갤럭시노트7의 제품 결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수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국내 판매용 휴대폰 생산기지인 구미사업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갤럭시노트7 부품 조립을 담당하는 라인은 추석 연휴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교대, 3교대 근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에서 팔린 40만대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새 제품으로 교환하려면 공장을 풀 가동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교환 및 구매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 연휴 전후로 새 갤럭시노트7을 대량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19일에는 10만대, 20일에는 추가 10만~20만대 수준으로 새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3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중앙문 출입구 전경. / 박성우 기자

이를 위해서는 연휴 기간인 15~17일 각 이동통신사에 새 제품이 반드시 배송돼야 한다. 이동통신사가 각 대리점으로 물량을 공급하는데 1~2일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 유통 담당자는 “리콜 물량을 받기 위해 추석 때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하지만 물건이 얼마나 공급될 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각 이동통신사마다 추석 연휴 대리점 운영 정책은 다르다. SK텔레콤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피에스앤마케팅의 경우 일요일까지 모두 쉰 뒤 월요일 오전 물량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일부 대리점은 주말에도 영업을 한다. KT의 경우 일부 대리점이 추석과 주말 동안 근무를 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오전 2시부터 갤럭시노트7(교환 전)의 배터리 충전을 최대 6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19일 이후에도 새 제품으로 교환하지 않을 경우 배터리 폭발 사고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소비자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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