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고 꼬인 '신림동 흉물' 신림백화점..새 사업자 찾아도 여전히 '오리무중'

이상빈 기자 2016. 9. 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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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이름 두 번 바뀐 게 전부다. 착공 3년 만에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장기 중단되면서 지역 흉물이 된 서울 신림동 신림백화점이 여전히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림백화점이 골조만 갖춘 채 장기 방치돼 있다. /이상빈 기자

신림백화점은 시공사인 C&우방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두 차례의 사업 정상화 시도가 있었으나 채권자와 분양 계약자들의 의견 차이로 사업은 번번이 정체됐다. 올해 초 공사에 걸려있던 8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을 새로운 인수자가 떠안으면서 호텔로 개발된다는 풍문도 돌았으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황. 새 인수자의 정체가 모호하고 이 와중에 시행사는 부동산개발업 등록마저 취소됐다.

신림백화점은 2006년 7월 연면적 3만9670㎡, 지하 7층~지상 12층 규모로 착공됐다. 시공사는 C&우방, 시행사는 플레이쉘이었으며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 PM(프로젝트 관리)은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CBRE가 맡아 진행했다. 총 공사 규모는 3000억원으로, 농협은행에서 800억원의 PF를 받았고, 758명의 분양 계약자들로부터 1200여억원을 확보했다. 공사에 들어간 선투자액은 40%였다.

원래 2009년 완공 예정이던 공사는 2008년 시공사인 C&우방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2011년 채권단 최대주주인 농협은행이 새 시공사로 금호산업을 선정해 공사를 재개하며 CGV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2012년 3월 분양 계약자들이 단체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그 무렵 시공사였던 C&우방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지불받지 못한 영창토건 등 하도급 업체들의 유치권 행사도 이어졌다.

꼬이고 꼬인 공사는 올해 2월 농협이 채권을 떠안을 업체를 찾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2013년 농협은 부실채권(NPL)을 공매에 부친다. KB부동산신탁과 교보증권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실제 매매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중원에셋이 3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신탁사도 한자신에서 무궁화신탁으로 바뀌었다. 신림백화점에서 ‘C&백화점’으로 변경됐던 상호는 ‘ART 백화점’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호텔로 개발될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새 인수자의 정체는 모호하다. 관련 공시를 찾기 어려우며 신탁사 측도 언급을 피하고 있다.

‘C&백화점’으로 바뀌었던 신림백화점의 이름이 최근 ‘ART백화점’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상빈 기자

개발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던 권미성 관악구의회 의원은 “(연락을) 해보려 했는데 실체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들은 바뀐 공사 주체로부터 “어떠한 (개발) 계획도 통보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에서 애초 시행사로 등록된 플레이쉘은 올해 3월 22일 부동산개발업 등록이 취소됐다. 건축물의 연면적이 2000㎡ 또는 연간 5000㎡ 이상인 경우, 부동산개발업 등록 없이 분양이나 임대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방치된 건물은 지역의 골칫거리다. 지역 주민 한민주(45)씨는 “10년이나 방치된 건물 때문에 이 지역이 슬럼 같아 보인다”고 불평했다. 장동식 관악구의회 부의장은 “신림백화점은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관악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구민들과 관악구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바람대로 사태가 빨리 해결될 기미는 별로 없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치권 관련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 건은 원고 패소했으나, 분양 계약을 한 사람들의 구상권 행사 문제가 남아 앞으로도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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