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삼성전자. 세계 500대 기업 '톱 10' 진입 멀지 않았다

하제헌 기자 2016. 9.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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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출시한 갤럭시 노트7 체험 현장(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모습.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13위에 올랐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사업에선 아이폰과 쫓고 쫓기는 싸움을 치러왔다. 반도체 산업에선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9분기 만에 영업이익 8조 원을 돌파하며 저력이 살아있음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 강력한 힘은 1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혁신 의지에서 분출됐다.

지난 8월 19일 서울 강남구 SK텔레콤 강남 직영점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출시 기념 행사에 아침부터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갤럭시 노트7을 구매하기 위해 밤새 진을 친 사람들도 끼여 있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은 예약 판매된 물량을 개통하느라 이날 온종일 진땀을 빼야 했다. 일부 인터넷 카페에는 “개통 서류 10만 건이 밀려 있어 언제 개통될지 알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이 지난 8월 19일 출시됐다. 이날을 시작으로 갤럭시 노트7은 미국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국내 통신 3사 등을 통해 세계 10여 개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미국에선 94만~95만 원에 10% 가까운 세금이 붙어 100만 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소비자들도 100만 원 이상을 치러야 갤럭시 노트7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국내에선 출고가가 98만 8,900원으로 책정돼 통신 3사와 삼성디지털플라자 등을 통해 팔리고 있다.

홍채 인식과 방수·방진, S펜을 활용한 즉시 번역 등 각종 혁신 기능으로 무장한 갤럭시 노트7은 사상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이는 해외 언론의 반응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동안 갤럭시S 시리즈 스마트폰에 대해 “싸구려 재질에 복잡하고 산만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품”이라고 평가절하해 온 월스트리트 저널도 갤럭시 노트7에 대해선 인색했던 평가를 완전히 바꿔 “갤럭시 노트7은 지금까지 나온 안드로이드폰 중 최고”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블룸버그통신도 “올해 상반기 ‘갤럭시 S7’으로 애플을 능가한 삼성이 혁신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노트7으로 애플을 다시 궁지에 몰아넣었다” 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채 인식과 방수, 방진, S펜을 활용한 즉시 번역 등 각종 혁신 기능으로 무장한 갤럭시 노트7은 사상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애플 따돌린 스마트폰 갤럭시 S7의 뒤를 이은 갤럭시 노트7의 흥행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맞대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에서 ‘혁신 이미지’는 줄곧 애플의 차지였다. 삼성전자에는 ‘패스트 팔로워’라는 이미지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6S’ 이후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 주지 못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을 2,600만대나 팔아 치우며 시장점유율 1위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2분기 7,674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세계 시장 점유율(22.3%) 1위를 수성했다. 같은 기간 총 4,436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은 점유율 12.9%로 2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7%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1.7%p 하락했다. 가트너는 애플이 지난 3월 출시한 ‘아이폰SE’도 판매량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과 애플에 이어 점유율 3위에는 3,067만대를 판매한 화웨이(8.9%)가 올랐고, 그 뒤인 4위와 5위는 중국의 오포(5.4%)와 샤오미(4.5%)가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 하반기 다시 한번 진검승부에 들어간다. 애플은 9월 중 ‘아이폰7’을 출시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갤럭시 노트7을 앞세운 삼성전자의 승리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가상현실 등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생태계 확장에 빠르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월 19일 갤럭시 노트7과 함께 시야각을 개선한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어VR’ 신모델을 내놓았다. 오는 8월 31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행사를 열고 차세대 스마트워치 ‘기어S3’를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아이폰6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알려진 아이폰7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모바일연구소(R5)’. 이곳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혁신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갤럭시 노트7의 초반 돌풍과 실적 향상에 힘입어 지난 8월 19일 전날보다 2% 이상 오른 167만 5,000원까지 급등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우상향 추세를 관찰하던 블룸버그통신은 8월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98억 8,000만 달러(약 235조 원)를 기록해 지난해 연말 대비 30% 이상 치솟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의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가 37위에서 24위로 13단계나 껑충 뛰었고, 아시아에선 중국의 텐센트(13위·2,479억 달러)와 알리바바(15위·2,414억 달러)에 이어 3위에 올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 업계도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잇따라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예약판매 수량이 35만대 가까이 나타나고 있는 갤럭시 노트7은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호전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개선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유동성이 선진국에서 신흥국 증시로 옮겨가면서 외국인의 수급 여건도 양호해지고 있고, 글로벌 IT 대형주 중에선 삼성전자가 가장 싼 축에 속해 있어 주가 상승을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V낸드 SSD 제품. 2. 삼성전자가 개발한 4세대 64단 낸드플래시. 3. 삼성전자가 199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256M D램 모듈과 웨이퍼 모습. 지난 8월 19일 출시한 갤럭시 노트7 체험 현장(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모습.

‘초격차’ 여전한 반도체 사업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굴기(?起)’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반도체 부문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12조 원, 영업이익 2조 6,4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와 D램(전기를 넣은 상태에서도 일정 주기마다 동작을 가하지 않으면 기억된 정보가 삭제되는 반도체 기억소자), 낸드플래시(메모리의 한 형태로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자유롭게 저장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등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했다”며 “(삼성전자는) 주요 반도체 가격의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선방을 했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에 대해선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회사 관계자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20나노 D램과 3세대 V낸드(수평 구조로 만들던 2차원 셀을 3차원 수직 구조로 쌓아 올려 평면구조에 비해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 기반의 고용량·고성능 제품 공급으로 시장을 창출했고, PC용 고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떻게 반도체 전략을 펼쳐나갈지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6’에서 차세대 V낸드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대표제품이 64단 V낸드다. 도시바 등 경쟁업체들이 32단에 머물러 있는데 비해 64단 V낸드는 집적도를 두 배로 높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당분간 기술력의 ‘초격차’ 를 누릴 시간을 벌게 됐다는 평가가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반도체 고용량화 추세가 지속되고, V낸드와 고용량 SSD 공급확대 등도 이뤄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이라며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업재편과 매각, 인수합병, 조직문화 혁신, 제품경쟁력 제고, 생산기지 재편 등을 통해 다시 한번 강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1등 전략’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8조 1,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환율, 브렉시트 같은 다양한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3분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4년 3분기 영업이익이 4조 600억 원으로 곤두박질쳐 ‘반 토막’이 났던 시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기록적인 상승 사이클로 반전을 한 셈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지금의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연 매출 200조 원, 영업이익 3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황금기’를 기록했던 지난 2013년(매출액 228조 6,927억 원, 영업이익 36조 7,850억 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기록을 세울 것이란 예측이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상승 사이클을 타고 있는 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성과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조직 문화 뿐만 아니라 경영방식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업재편과 매각, 인수합병, 조직문화 혁신, 제품경쟁력 제고, 생산기지 재편 등을 숨 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선 세계 일등과 이등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매각하거나 합병한다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1990년대 GE의 명장 잭 웰치의 경영철학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전자와 금융, 바이오 등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 동안 여러 가지 파격적인 사업재편 전략을 보여왔다. 화학과 방산부문을 한화와 롯데에 매각한 것부터가 그랬다. 이들 사업은 현재도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지만,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이 부회장의 단호한 결단이 있어 과감한 가지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은 인수합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력사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경쟁력 확보를 인수합병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화려한 명성을 갖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삼성전자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주도로 인수한 업체로는 대표적으로 미국 프리미엄 주방 가전 업체 데이코, 결제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 스마트카 업체 빈리, IoT 업체 스마트싱스, 캐나다 클라우드 업체 프린터온을 꼽을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은 지금 순항을 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혁신에서도 성공적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선 다시 한번 강한 경쟁력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2009년만 해도 애플의 스마트폰을 허둥지둥 따라가는 추격자의 입장이었다. 재빨리 뒤쫓아가 한때 애플과 시장을 양분하기도 했지만, 애플에 비해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근에는 중국 후발주자들에게도 쫓겨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삼성은 전통적인 강점인 하드웨어의 완성도와 혁신 동력을 높여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다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삼성전자의 큰 축을 이루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V낸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독보적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업황마저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톱10’에 진입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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