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5억 체납한 정태수 前 한보회장 12년째 '체납왕'

이훈철 기자 2016. 9. 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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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넘게 체납한 사람들 대부분 10년 넘게 체납
© News1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체납왕'에 오른 정태수(93) 전 한보그룹 회장에 대한 세무당국의 징수실적이 채 3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상습체납자의 경우 총 체납액의 3분의 1을 납부하거나 총 체납액이 3억원 미만으로 줄어들면 명단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2004년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뒤 12년째 리스트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9일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명단에 따르면 정태수 전 회장은 2014년 기준 증여세 등 총 73건, 2225억27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해 금액기준 고액체납자 1위에 올라있다.

2004년까지 고액·상습체납자명단에 오른 체납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누계기준 총 1만5889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새롭게 공개된 고액체납자 2179명 중 최고 체납액이 276억원임을 감안하면 정 전 회장이 역대 가장 많은 세금을 체납 중인 것이다.

정 전 회장은 2004년부터 고액·상습체납자에 이름이 올라 최장수 체납자이기도 하다. 당시 정 전 회장과 함께 2004년 고액·상습체납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정 전 회장의 셋째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이사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1073억원, 645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고액·상습체납자명단 2, 4위에 올라있다.

문제는 정 전 회장을 포함한 이들 최상위 고액·상습체납자 대부분이 2000년 중반에 체납자 명단에 오르고도 10여년이 넘도록 아직 명단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의 세금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3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체납자에 대해 6개월의 소명기회를 준 뒤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년 연말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대신 체납액이 5억원 미만으로 줄거나 총 체납액의 30%를 납부하면 명단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정 전 회장이 아직까지 고액체납자 명단에 남아있다는 것은 정 전 회장 측에서 스스로 납부하거나 세무당국이 강제로 징수한 세금의 합이 667억5810만원(체납액 2225억2700만원의 30%)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그동안 정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해 부동산 등을 압류하는 등 체납세금 추징에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앞선 정 전 회장의 압류재산에 대한 매각이 무산된 사례에 비춰볼 때 최근들어 징수실적이 그리 나아졌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국세청은 체납세금을 대신해 2014년 정 전 회장이 소유했던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지 일부를 확보한 뒤 캠코를 통해 공매에 부쳤지만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으로 입찰을 중지한 바 있다.

2190㎡에 달했던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217억원이었으며, 감정가는 394억원에 달했다. 첫 공매 당시 최저입찰가 394억원으로 출발했던 토지는 두번의 유찰과 4번의 입찰 취소를 거친 끝에 최저입찰가가 197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으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국세청은 한 푼의 세금도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캠코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가 구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압류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법원이 집행정지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공매절차가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 뿐만 아니라 최상위 고액·상습체납자 대부분이 10여년이 넘도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액체납자 상위 10명 중 470억원을 체납 중인 정모씨와 463억원을 미납한 이모씨 등은 각각 2006년, 2008년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상위 10명 중 비교적 최근 명단에 오른 이는 주수도 전 제이유그룹 회장과 조동만 한솔 부회장이다. 주 전 회장은 2011년, 조 부회장은 납기일(2004년 3월31일)이 훌쩍 지난 2013년에서야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다보니 고액체납자명단 공개가 초고액 체납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오래된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체납자 명단에 오른 조 부회장의 경우 최근까지 체납세금에 대한 징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고액·체납자명단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 중 소송문제로 재산이 압류되거나 파산해 더이상 세금을 낼 여력이 안되는 사람도 있어서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고액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 결과, 7635억원의 현금을 징수하고 8228억원 규모의 재산을 압류했다. 또 올 상반기에는 현금 4140억원과 4475억원 규모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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