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고삐 풀린 집값..브레이크 없나

변태섭 2016. 9. 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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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비수기인 8월에도 가계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리며 부동산 가격을 올렸고, 집값 상승 기대가 커지자 더 많은 투자자금이 또 다시 부동산에 쏠리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과열이 폭증하는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연말이면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할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과열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8일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청약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17.15대 1을 기록했다. 전국에 공급된 2만4,156가구를 분양받으려 41만4,387명이 청약접수를 넣은 것이다. 7월보다 분양 가구수가 2,500여가구 줄었지만 청약자 수는 오히려 5만4,000여명 늘었다. 청약자 수가 20만여명이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초저금리와 ‘빚 내서 집 사라’는 식의 성장 위주 부동산 정책 여파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5억7,909만원)은 2012년보다 5,004만원 상승했다.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로 2012년보다 각각 1억원 이상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주택 매매가는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과 비슷한 모습”이라며 “투자 열기가 식을만한 시장 위축 요인이 없어 서울 재정비 단지나 수도권 유망 택지지구에는 수요가 더욱 몰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과열 양상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얘기다.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계부채 증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은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1,257조원을 돌파한 국내 가계부채(가계신용)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79.5%에서 지난해엔 91.3%까지 올랐다. 또한 국내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 등을 제외한 가용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2014년 기준)은 164.2%로 OECD 23개국 평균(130.5%)과 30%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유로존 금융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피그스’(PIGS: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들보다도 20~70%포인트 높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폭증세에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2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8월에는 주택시장 공급을 억제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렀다. 여심심사 가이드라인이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됐음에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6월 4조8,000억원, 7월 5조7,000억원, 8월 6조2,000억원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줄이겠다는 발표는 앞으로 집을 사기 어려워 질 거란 인식을 확대해 오히려 분양시장을 더욱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저소득층에서는 저성장 고착화로 생계형 대출이 늘고, 고소득층에서는 초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투기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면서 가계부채도 해결하겠다는 모순된 태도를 유지하는 한, 당분간 폭탄 돌리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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