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MF 강력 권고, "DTI 규제 한도 30%까지 강화해야"
[한겨레] 국제통화기금, 한국경제 종합보고서 발표
대출 규제비율 권고까지 하며 가계부채 위험 경고
“넉넉한 예산·낮은 금리+대출 규제 강화” 조합이 최적
국제통화기금(IMF)이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려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구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가계부채를 언급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총부채상환비율의 축소 한도까지 적시하며 정부에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국제통화기금이 최근 발표한 한국 보고서(2016 ARTICLE 4)를 보면, 이 기구는 “한국 정부는 여러 조처를 동원해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응하고 있으나 디티아이 한도 규제는 60%로 주변국에 견줘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30~50%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에도 디티아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이 기구는 강조했다. 디티아이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을 수 없도록 하는 대표적인 대출 규제로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된다. 정부는 2014년 7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이 비율을 50%에서 60%(서울·은행권 기준)로 완화했다.
이 기구의 한국경제실사단은 지난 5월26일부터 6월8일까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한국은행 간부들과 토론을 진행한 뒤 보고서에 한국 경제에 대한 종합 평가를 담았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 가운데 가장 권위가 있으며, 이 기구의 공식 입장을 담는다. 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디티아이 규제 강화를 쏙 뺀 채 주택공급 물량 축소를 핵심 내용으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발간됐다. 우리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양새다.
이 보고서의 이례적 디티아이 규제 강화 언급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던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구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보고서는 “2015년에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보다 느렸으나 올해 들어서는 속도가 빠르게 붙고 있다”고 지적한 뒤, “보험사·저축은행·상호금융기관 등과 은행의 대출 규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행권에 견줘 상대적으로 느슨한 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자신들의 권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도 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는 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의 거시건전성 및 위기관리 정책의 기본 틀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디티아이 규제 강화 등의 필요성에 한국 정부가 고개를 저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좀더 경기를 뒷받침하도록 펴야 한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면 거시건전성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낮게 유지하고 예산은 넉넉히 쓰면서 대출 규제는 강화하는 정책 조합이 한국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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