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몰리는 고령층..'불안한' 자영업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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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편의점, 실내장식가게, 부동산중개업소, 패스트푸드점….
이 업종들은 서로 동떨어져 보이지만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창업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주위에 편의점 부동산중개업소 등이 우후죽순 생기는 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 그 내면에는 우리 사회의 ‘불안한’ 민낯이 숨어있다. 진입장벽은 낮지만 경쟁은 치열한 영세 자영업자가 상당수인 탓이다. 특히 중장년층 고령층 비중이 높고, ‘나홀로’ 부동산 호황에 기댄 측면이 커서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해외와 비교해도 유독 높은 편이다.
◇편의점 등 퇴직 몰린 중장년 이상 상당수 창업
6일 이데일리가 올해 국세청의 사업자 등록현황을 분석해보니, 편의점은 최근 매달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씩 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11.39% 증가했다. 현재 전국 곳곳에 3만2446개나 된다. 편의점과 더불어 패스트푸드점 창업도 많다. 6월 말 기준 증가율이 6.96%다.
이들은 대표적인 중장년층 업종으로 꼽힌다. 퇴직에 몰린 이들이 주로 선택해서다. 제과점(4.74%) 등의 성장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국세청이 14개 업태로 나눠 연령별 사업자 등록 현황을 집계해보니, 6월 말 기준 서비스업의 창업 증가율은 60대가 12.01%로 다른 연령층 대비 가장 높았다. 소매업 역시 60대(7.15%)가 두드러졌다.
부동산 관련 자영업의 급증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표적인 게 실내장식가게다. 실내장식가게의 증가율은 올해 들어 매달 전년 동월 대비 10.33%→10.18%→9.68%→9.43%→9.29%→9.03% 등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도 8.30%→8.38%→8.26%→8.15%→8.44%→8.2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을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이 자영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유흥업소 단란주점을 제외한 호프집 소주방 포장마차 등을 일컫는 일반주점은 가장 많이 줄었다. 6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37% 감소했다. PC방(-4.96%) 문구점(-3.99%) 이발소(-2.95%) 목욕탕(-2.62%) 등의 감소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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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우려…경제 전체에 작지 않은 부담
이같은 자영업 지형도는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말그대로 ‘레드오션’이기 때문이다. 비자발적으로 손쉬운 창업에 뛰어든 만큼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낭패를 볼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경제·사회 전체적으로 작지 않은 부담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이 빨라지다 보니 진입이 자유롭고 해볼만 하다고 여기는 업종에 몰리고 있다”면서 “다만 자금 사정 등의 어려움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기간이 짧아 개업만큼 폐업도 많다”고 말했다.
“과잉 공급된 자영업 종사자들은 경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도 나빠지고 있다”(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국회예산정책처 용역보고서)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에 의존한 성장의 지속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집값이 무너지면 이에 함께 엮여있는 각종 사업들 역시 줄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데도 자영업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위험 경계감 등으로 대기업대출보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세 자영업 쏠림’ 우리나라만 유독 두드러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2013년 평균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2.9%로 OECD 평균(15.4%)에 비해 더 높았다. OECD 회원국 중 전체 5위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6.7%) 일본(8.9%) 독일(11.0%) 프랑스(10.0%) 등보다는 2~3배 더 많고,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하거나 작은 포르투갈(21.0%) 폴란드 (18.9%) 헝가리(11.0%) 등보다도 더 높다. 경제가 고도화할수록 각 산업의 임금 노동자 흡수력이 높아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는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인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 노동으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영업을 하지 않았을텐데, 적정 소득 혹은 대우를 기대하기 힘드니 그럴 바에는 소자본 창업을 하자는 게 우리 자영업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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