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먹여 키운 '금쌀'.. 일반 쌀 4배 값에도 '히트다 히트'

2016. 9. 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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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 정병찬 대표의 성공기
[동아일보]
금(金)을 흡수시켜 키운 금쌀을 재배하는 정병찬 보성특수농산 대표(오른쪽)와 9월 말부터 자신이 책임진 일식당에서 금쌀을 쓰기로 한
조형학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총주방장.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국산 식재료를 특급 호텔이 많이 쓰는 것은 호텔과 농가의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보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최근 찾아간 전남 보성군 득량면의 한 논. 금(金)물로 키웠다는 ‘금쌀’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이곳에서는 추수를 앞두고 벼의 키가 쑥 자라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잡풀 하나 없이 매끈한 벼가 가득한 논이 눈에 들어왔다. 흔히 봐온 논의 풍경. ‘금을 먹인 쌀이라 그런지 벼도 고급스럽게 생겼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금쌀을 재배한 정병찬 보성특수농산 대표(35)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며 반대편 논을 가리켰다. 잡풀이 무성해 관리가 안 된 것 같은 논이 눈에 들어왔다. 정 대표는 “금쌀은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잡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재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재배 과정 중에 금을 섞은 물을 7월과 8월 두 차례 거름 줘 키운 것이 금쌀이다. 나노 단위로 분쇄한 금을 물에 타서 뿌리면 벼가 이를 흡수한다. 2011년부터 금쌀을 재배한 정 대표는 “국내에서 금물로 키운 쌀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금쌀은 현재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9월 말부터는 서울 중구 소공로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에 초밥용 쌀로 공급된다. 한석원 스시조 주방장은 “초밥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별한 쌀이 필요했다”며 “테스트한 10여 가지 쌀 중 금쌀은 투명한 윤기와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초밥용 쌀로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금쌀 1kg의 판매 가격은 1만6000원 정도. 일반 쌀 가격의 4배에 이르며 유기농 쌀 2kg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의 재구매율은 70%에 이른다. 그만큼 충성 고객이 많다.

금쌀의 성공은 철저한 고급화 전략 때문이다. 금쌀의 포장지는 유명 디자이너인 이상봉 씨가 만들었다. 이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의상을 토대로 포장지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쌀 소비는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고급 식재료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며 “옛날부터 먹던 농산물이라도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먹거리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고급 식당의 대명사인 호텔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직접 금쌀 재배지를 찾은 조형학 서울웨스틴조선호텔 총주방장은 “호텔의 식음료에 대한 입소문은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 특급 호텔 사이에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된 식재료를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 식당을 찾는 사람 중에는 식재료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는 미식가가 많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의 주방장과 구매팀은 지난해 전남 구례군을 직접 찾아 맛본 가죽나물과 쑥부쟁이를 뷔페와 중식당에서 쓰고 있다. 전남 여수시의 갯장어와 강원 춘천시의 멜론도 산지에서 가져와 사용 중이다.

조 총주방장은 “예전엔 국산 토종 식재료가 호텔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신선하고 안전한 국산 식재료를 중식 양식 등에 접목하는 게 트렌드”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유명한 식당에서 토종 식재료를 많이 쓸수록 국산 농산물에 대한 가치는 높아지고 판매에 도움이 된다”며 반겼다.

보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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