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짓고 항공기 사들이고..서비스업 설비투자, 제조업 턱밑 추격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호텔 수는 291개. 지난 2011년(148개)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호텔 수가 2배로 급증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 여행사까지 앞다퉈 호텔 신축에 나선 결과다. 한국을 방문하는 손님을 나르기 위해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항공기 구매에 나서면서 국내 5개 저가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올 6월 기준 98대로 집계됐다. 2008년 저가항공사 운항이 시작된 후 8년 만에 100대 가까운 비행기가 투자된 것이다.
서비스업 설비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에는 투자 규모가 제조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서비스업 설비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비스업 안에서도 업종에 따른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서비스업을 옭아맨 규제를 없애 투자의 물꼬를 시원하게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62조5,000억원(명목 기준)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이는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62조8,000억원, 전년 대비 2.9% 증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서비스업 설비투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을 제외하면 줄곧 제조업보다 작았다. 2009년 금융위기 충격으로 제조업 설비투자가 16.3%나 급감한 탓에 서비스업 설비투자(48조1,000억원)가 ‘반짝’ 앞섰지만 이듬해에는 다시 제조업에 밀렸다.
그러나 서비스업 설비투자는 최근 우리 경제의 저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증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서비스업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0년 9.8% △2011년 8.6% △2012년 2.0% △2013년 0.7% △2014년 4.6% 등이다. 반면 제조업 설비투자는 위기 직후인 2010년 39% 반등했지만 △2011년 2.1% △2012년 -1.1% △2013년 -2.8% △2014년 7.5% 같이 부침이 심했다.
다만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비스업 투자 내용이 건실하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 업종별로 운수 및 보관업이 17% 증가하며 전체적인 증가세를 이끌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가항공사들의 항공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최근 운수업 증가폭이 부쩍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속성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서 운수업의 설비투자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해운회사들의 선박투자 감소세가 얼마나 오래갈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서비스업 투자 증가세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은 14.2% 늘어나며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부동산업 설비투자에는 최근 주택시장의 호황이 반영됐고 임대업은 자동차 렌트 업체가 자동차를 많이 구입한 덕을 톡톡히 봤다. 쏠림 현상이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다. 2014년 호텔 신축, 면세점 입찰 경쟁 등으로 36.4%나 폭증했던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종의 설비투자는 2015년 4.1%로 증가폭이 크게 줄었지만 과도한 설비투자로 인해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밖에 공공행정 및 국방(6.1%)의 증가폭이 커진 것은 정부가 무기수입을 늘린 게 반영됐다.
반면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싶어하는 분야의 성적은 별로 좋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대표 업종인 정보통신업이다. 지난해 정보통신업 설비투자는 0.8%로 2014년(1.5%)에 이어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정보통신업에는 정보기술(IT)업종의 연구개발(R&D)뿐 아니라 한류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산업도 포함된다. 한은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 등 정보통신서비스업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는 기회가 없다 보니 정체국면을 보여주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 교육(6.1%), 보건 및 사회복지(6.2%), 문화 및 기타서비스(6.9%) 등은 2014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만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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