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과열에 속도조절..35층 초과 재건축 어려워질듯

김기정,임영신,이윤식 2016. 9. 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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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처럼 개발"..상업·문화시설 계획 1년이상 걸려

◆ 압구정 재건축 새국면 / 서울시, 압구정 재건축 지구단위로 왜 묶나 ◆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검토되고 있는 대한민국 부촌 1번지 서울 강남 압구정 아파트 지구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시가 압구정지구에 대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면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기존 정비계획변경안 대신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압구정동을 재건축하기로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압구정동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으면 시장이 바뀌어도 35층 재건축이 힘들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압구정동은 여전히 40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박원순 시장이 바뀌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35층 층고제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한강변 층고제한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펴기 위해 정비계획보다 좀 더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시각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정비계획보다 도시계획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만큼 용적률 300%를 적용하고 최고 35층 층수안을 재확인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미성, 신현대, 구현대, 한양 등 총 1만299가구에 달하는 압구정 아파트 지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지구는 도로와 공원, 학교, 중심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반포처럼 아파트 중심으로 정비계획을 세워 재건축하기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해 좀 더 짜임새 있는 개발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SM엔터테인먼트 본사가 있지만 이 용지들은 시와 강남구가 이번에 마련한 압구정지구 정비계획변경안에는 제외돼 있다. 압구정동 일대는 도로가 좁아 교통 체증이 심하고 신현대와 구현대 아파트를 나누고 있는 압구정 고가도로 철거 여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압구정동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업·업무·문화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지구단위계획을 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서울시장이 바뀔 때 등 개발계획이 수시로 변경되는 점을 경계하고 주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을 토대로 한 재건축 계획안을 이르면 이달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건축 일정은 지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추진위·조합을 설립하고 건축심의를 신청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바로 돌입할 수 있다"며 "반면 지구단위계획은 개포처럼 단지별로 세부개발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데 다시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선 재건축을 본격 추진하려면 최소 2~3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건축물을 지을 때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층수를 올리거나 용도를 바꾸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정 여건이 바뀌면 개발계획이 달라지기 일쑤여서 정비계획이든 지구단위계획이든 큰 의미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비계획변경안을 만들기 위해 강남구도 시와 함께 용역비를 투입한 만큼 구청과 협의해야 하며 지구단위계획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고분양가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 흥행 등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면서 불과 석 달 새 압구정 아파트값이 많게는 3억원가량 뛰는 등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 입장에서 압구정 재건축 개발안은 독이 든 열매나 마찬가지여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시기를 조정해 전반적으로 압구정 재건축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압구정 재건축 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압구정 아파트 시세에 반영됐다"며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집값이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오히려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구단위계획에 주민들이 희망하는 용적률, 층수, 가구 수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 등이 반영된다면 오히려 새판을 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장년층 주민이 많아 재건축을 서두르려는 수요는 적은 편이어서 시간을 갖고 재건축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압구정지구 정비계획변경안은

압구정지구는 1977년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고 1991년 기본계획 변경 이후 경미한 변경만 이뤄진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계획(기준)용적률이 없어 개발기본계획을 재정비하지 않고는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는 2011년 최고 50층(용적률 330%)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공공기여 25%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4년 말부터 강남구와 함께 용역을 실시해 최고 35층(용적률 300%)으로 다시 짓는 정비계획변경안을 준비해왔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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