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과열에 속도조절..35층 초과 재건축 어려워질듯
◆ 압구정 재건축 새국면 / 서울시, 압구정 재건축 지구단위로 왜 묶나 ◆
압구정동은 여전히 40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많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박원순 시장이 바뀌고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면 35층 층고제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에 따라 시에서는 한강변 층고제한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펴기 위해 정비계획보다 좀 더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시각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정비계획보다 도시계획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만큼 용적률 300%를 적용하고 최고 35층 층수안을 재확인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미성, 신현대, 구현대, 한양 등 총 1만299가구에 달하는 압구정 아파트 지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지구는 도로와 공원, 학교, 중심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반포처럼 아파트 중심으로 정비계획을 세워 재건축하기보다 지역 특성을 반영해 좀 더 짜임새 있는 개발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SM엔터테인먼트 본사가 있지만 이 용지들은 시와 강남구가 이번에 마련한 압구정지구 정비계획변경안에는 제외돼 있다. 압구정동 일대는 도로가 좁아 교통 체증이 심하고 신현대와 구현대 아파트를 나누고 있는 압구정 고가도로 철거 여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압구정동에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업·업무·문화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지구단위계획을 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다만 서울시장이 바뀔 때 등 개발계획이 수시로 변경되는 점을 경계하고 주민들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을 토대로 한 재건축 계획안을 이르면 이달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건축 일정은 지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추진위·조합을 설립하고 건축심의를 신청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바로 돌입할 수 있다"며 "반면 지구단위계획은 개포처럼 단지별로 세부개발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데 다시 1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선 재건축을 본격 추진하려면 최소 2~3년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건축물을 지을 때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층수를 올리거나 용도를 바꾸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고 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정 여건이 바뀌면 개발계획이 달라지기 일쑤여서 정비계획이든 지구단위계획이든 큰 의미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비계획변경안을 만들기 위해 강남구도 시와 함께 용역비를 투입한 만큼 구청과 협의해야 하며 지구단위계획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고분양가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 흥행 등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면서 불과 석 달 새 압구정 아파트값이 많게는 3억원가량 뛰는 등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 입장에서 압구정 재건축 개발안은 독이 든 열매나 마찬가지여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시기를 조정해 전반적으로 압구정 재건축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번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오히려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구단위계획에 주민들이 희망하는 용적률, 층수, 가구 수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 등이 반영된다면 오히려 새판을 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장년층 주민이 많아 재건축을 서두르려는 수요는 적은 편이어서 시간을 갖고 재건축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압구정지구 정비계획변경안은
압구정지구는 1977년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고 1991년 기본계획 변경 이후 경미한 변경만 이뤄진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계획(기준)용적률이 없어 개발기본계획을 재정비하지 않고는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는 2011년 최고 50층(용적률 330%)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공공기여 25%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4년 말부터 강남구와 함께 용역을 실시해 최고 35층(용적률 300%)으로 다시 짓는 정비계획변경안을 준비해왔다.
[김기정 기자 / 임영신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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