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경제] 가계부채 1300조 시대..시한폭탄

차병준 기자 2016. 9. 5. 1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문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상관관계로 보면 동전의 앞뒷면과 같고, 정책 목표로 보면 정부가 한꺼번에 잡고 싶은 두 마리 토끼입니다.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바로 영향을 주고,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거꾸로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을 끌어냅니다.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가계 부채 대책이라고 쓰면서 부동산 시장 대책이라고 읽으라는 것 같죠. 가계 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상관관계,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Q. 먼저 가계부채 현황부터 정리를 해볼까요. 병으로 말하면 중증환자 수준 아닙니까?
A. 부채규모, 증가세 모두 걱정스런 상황입니다. 부채 규모부터 볼까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규모는 1257조 3천억 원입니다. 올 상반기에만 54조 2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는 가계부채 규모가 1300조 원을 뛰어넘을 거 같습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1천조 원을 넘어섰을 때 경제 뇌관이다, 시한폭탄이다, 부채대란이다 그러면서 얼마나 시끄러웠습니까? 사회적 이슈로 제기가 됐었죠. 그런데 그 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줄기는 커녕 한 해에 1백조 원씩 늘고 있는 겁니다. 1천조 원을 넘어서니까 이제는 가계부채 불감증에 걸렸는지 위기의식도 둔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다른 나라의 가계부채와 성적표를 비교해보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4%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심각하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기준인 임계치가 75%인데 이를 훌쩍 넘어서 있습니다. 신흥국 가운데 가계 부채 비율이 높기로 13년째 1등입니다. 반갑지 않은 1등이죠.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을 때 99.9%에서 지금은 79.2%로 낮췄고, 일본이 65.9%, 유로존 59.3%로 우리보다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더 올라가지 않겠나 싶습니다.

다른 성적표도 한번 보죠.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같은 고정적으로 떼가는 돈을 뺀 가정의 실제 소득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하죠. 이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중요한 비교 기준 가운데 하나인데 우리는 2014년 기준으로 164%입니다. OECD 평균보다 30% 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특히 유로존 금융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이런 나라들보다도 20~70% 포인트 가량 높습니다. 그만큼 쓸 돈보다 빚이 지나치게 많은 게 우리 가계의 상황인 겁니다.

 Q.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다른 나라들은 가계부채 증가 비율을 줄여왔는데 우리는 오히려 껑충 뛰었죠?
 A. 2008년 말~2014년 말 사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OECD 평균 1.6%포인트 상승률과 비교하면 12배가 넘습니다. 미국이 -21.9%포인트, 영국 -22.5%포인트, 독일 -5.8%포인트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가계부채 비율을 계속 줄여왔는데 우리만 늘려온 겁니다.

더 심각한 건 갈수록 빨라지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입니다. 지난해 가계 빚 증가율은 10.9%, 올 상반기 증가율은 11.1%입니다. 2013년과 2014년 증가율이 6% 내외였으니까 두 배 정도나 빨라진 거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니까 성장률이 기어간다면 가계부채는 날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Q. 이렇게 가계 빚이 늘어난 이유, 결국은 정부의 거시금융정책이 빚을 늘리는 쪽으로 이뤄졌기 때문 아닌가요?
A. 경기 부양을 위해서 정부가 선택한 수단이 전후방으로 산업 연관 효과가 큰 부동산 부양 아니었습니까? LTV, DTI 같은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했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서 대출 문턱을 낮춰준 겁니다. 사실상 빚을 늘려 집을 사라는 정책이었고 그 결과가 가계부채 급증이란 거 다 아실 겁니다.

어쨌든 정부의 기대대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는 한동안 훈풍이 불었습니다. 신규 분양과 재건축이 늘고 부동산 거래는 살아났죠. 그러나 과거처럼 부동산 시장을 살리면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계대출 급증의 부작용만 커졌죠. 빚더미에 빠진 가계는 소비를 줄였고, 소비 위축으로 기업 매출도 뒷걸음질하는 악순환이 됐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키운 부채의 덫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깎으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 겁니다. 그래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는데, 문제는 가계부채를 잡자니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니 가계부채 뇌관이 위험해지는거죠.

Q.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인데 그래도 정부 정책은 아직 부동산 시장을  우선적으로 보는 거 같아요.
A. 우선은 경기의 불씨를 지펴나가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사실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강남, 그중에서도 재건축 시장이 주도를 합니다. 이번에도 강남 재건축 분양 열풍이 뜨거웠죠. 그 물꼬는 결국 정부가 터준 셈이었습니다.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놓은 게 주택담보 대출의 상환 능력을 까다롭게 따지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한 건데 신규 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인 집단대출에는 이 심사 강화를 빼줬습니다. 대출시장의 틈새를 집단대출에만 열어 준 거죠.

  그 결과는 당연히 집단대출의 급증이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주택담보대출 23조6천억 원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11조9천억 원이 집단대출이었습니다. 가계부채 대책이 집단대출 열풍을 불러온 셈이 된 겁니다.

얼마전 발표된 8.25 가계부채 대책도 오히려 부동산 부양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죠.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해 주택공급물량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인데 분양권 전매제한,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DTI 적용 같은 검증된 주택대출 억제 대책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니까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에 일부 분양시장과 재건축 시장은 오히려 더 들썩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가계부채 대책에 얹어서 부동산 시장 부양 효과를 기대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죠.

 Q.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에 고민하면서도 이렇게 부동산 시장 상황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은 어디에 있나요?
A.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당장 현실화되지 않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는 그 여파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알아볼 수 있는데요, 먼저 경제 지표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는 14.9%로 OECD 국가 중 4위 입니다. 미국 7.4%, 일본은 10.3%로 우리보다 많이 낮습니다. 올 상반기에도 수출 같은 다른 부문은 다 부진했지만 건설투자는 10.1% 늘었습니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8%와 3.2% 성장했는데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1.9%로 쪼그라듭니다. 건설 부문, 부동산 없이 경기를 살리기 힘든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두번 째는 가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있는 현실입니다. 국민들의 총 자산 가운데 70%가까이가 부동산 자산이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가계부실이 커질 가능성도 동반 상승하는 탓입니다.

Q. 하지만 눈 앞의 부동산 부양 효과에 연연하다가 자칫 가계부채 급증이 가져오는 장기적이고 훨씬 심각한 상황에 맞닥뜨릴 우려도 크지 않습니까?
A. 가계부채라는 풍선을 더 부풀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청산의 그날'에 치러야 할 잠재적 고통을 더 키우는 것과 같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1천조 원을 넘고 1천백조 원, 1천2백조 원, 1천3백조 원에 이르고 있는 건 어쨌든 정부의 대책에 허점이 있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부동산 부양과 묶여져서는 가계부채 대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계부채의 출구대책을 소득증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지난해 GDP 성장률이 2.6%였지만 가계소득은 1.6% 늘어나는 데 그쳤죠. 소비자물가 상승률 0.7%를 감안하면 실질소득 증가율은 0.9%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제자리 소득으로는 현재의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부가 이런 인식을 갖고 제도를 시행한 적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도입했던 가계소득 증대세제입니다. 도입 당시에는 방향성에 대한 평가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정책이다 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동전의 양면처럼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좀 약화시켜야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부채 대책대로, 부동산시장 대책은 부동산 시장 대책대로 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안준석    

차병준 기자cbj@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