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부채 장수 모두 걱정하는 정부
[한겨레] 가계부채 관리·부동산 경기 모두 우려
전문가 “정부의 부동산 관련 철학 빈곤”
“지난해 52만 가구가 분양됐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20만 가구가 분양돼 집단대출이 늘어나는 요인이 됐다.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 미분양 증가와 역전세난 등 주택시장 자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 억제 대책을) 너무 획일적으로 강하게 적용되면 주택 시장 경착륙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시장이 경착륙 되면 가계부채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동시에 부동산 경기 급락도 걱정했다.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 두 아들을 둔 부모처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경기 떠받치기’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한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연례 행사처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나왔다. 정부는 2014년 2월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상승했다. 2012년 말 159.5%이던 수치는 지난해 말 169.9%로 상승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 건전성을 책임질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슬로건 아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하는 등 분양 전매 수요 제한이 필요하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3년째 유지되고 있는데 이를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는 명목으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가 불황형 흑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출 부진이나 외부적 요인으로 경제가 나빠질 경우 일본형 불황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금융위가 정책의 초점을 금융기관 관리·감독에 맞춰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금융위가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나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도입 등 정책의 목표를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 규제를 활용해 부동산 경기를 관리하거나 연착륙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 등 금융 정책을 당연한 전제로 두고 부동산 경기에 대한 대책을 국토교통부 등이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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