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세수 믿고 예산편성 왜 계속되나..근거는 장밋빛 성장률?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세수 전망을 토대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 등 내수중심의 경기회복세와 법인 영업실적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설명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한 수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예산편성 기조가 매년 반복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4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검증되지 못한 성장률 예상을 근거로 확장적 예산을 계속 세우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저성장시대 장기화에 따라 경기활성화를 위해 꺼낼수 있는 카드가 재정으로 한정돼 있고, 5년 단임대통령제에 따라 단기성과를 내기 위한 정부의 조급증이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예산안의 국세수입은 24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예산안 222조9000억원에 비해 8.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모든 세목에서 국세 수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인세는 54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세수(46조원)보다 17.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과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및 감면 정비 등을 고려한 전망이란 설명이다.
■정부, 성장률 낙관…세무당국도 "부담스럽다"
소득세 역시 60조8000억원에서 65조3000억원으로 7.4%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 호조로 양도소득세가 9조4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13.8%나 늘어난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도 소비촉진 정책 등에 따라 내년 61조5000억원으로 올해(58조1000억원)보다 5.9%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이처럼 세수를 전망한 근거는 내년 경상성장률(경제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 전망치 4.1%(실질성장률은 3.0%)다. 이에 대해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지난 5월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성장률 전망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실질성장률 2.7%)보다 높다. 게다가 정부가 근거로 삼고 있는 OECD 전망치 역시 매번 하향조정된다. 지난 5월 OECD는 '201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이들 연구기관들이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 불안요인이 여전하고, 국내도 조선·해운을 비롯한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산업계 위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취업난 지속 등 이유로 내수회복의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세수확보에 불리하다. 더구나 세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물가수준은 0%대로 저조한 상태다. 이 탓에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내년 정부 지출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부문장은 "내년 지출 증가율 3.7%는 정부가 제시한 경상성장률 달성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세계 경제 여건을 보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세무당국에서조차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내년 세수를 추산하면서 근거로 삼은 올 하반기 안정적 세수기반의 원인은 최경환 경제팀이 이끈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 덕이었는데, 내년에는 더욱 높은 세수목표를 잡았는데, 실제 이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낙관적 세수전망 탓 朴정부 3년간 세수결손 17.2조
문제는 매번 세입예산규모를 이처럼 낙관적으로 잡다보니 세수결손이 매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임기 3년간 발생한 세수결손 규모은 무려 17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2013년과 2014년 각각 8조5000억원, 10조9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반면 2015년에는 2조2000억원 규모의 세수초과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객관적인 세수전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3년 이후 3년 연속 세입결손이 날 수밖에 없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마다 추경하는 관례를 없애기 위해선 기존 전문기관이 내놓은 것보다 높은 수치의 성장률이 실현될 것이라고 목표치를 잡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천대 홍기용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2013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세입결손이 났었다. 세금이 덜 걷힌 것은 경기가 안좋았기 때문인데 당시 경기예측을 정확하게 못했고 욕심을 내서 세입예산을 짠 면이 있었다"며 "부동산이나 양도소득과세의 감소가 예상되고 또 국세 중 70%가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인데 이것들은 경기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백웅기 경제학과 교수는 "해마다 추경을 편성하는 나쁜 관례를 없앨 수 있다"며 "현재 나온 전망만 보면 내년에 금년보다 세수 전망이 더 좋아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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