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 0.8%, 정부 '돈 풀기' 기댄 착시현상

김정남 2016. 9. 2. 15: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ECD 주요국 비교하니, 경제 성적표 '선방'중국 외에 경제규모 큰 국가 대부분 저성장더 심각한 문제는 지나친 정부 정책 의존도'경제 체력' 직결된 민간은 갈수록 고꾸라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명시된 올해 2분기 주요국들의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비교.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더 큰 좌측 국가들은 중국을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이 부진하다. 출처=OECD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0.8%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당장 이웃하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성장세는 나쁘지 않다. 특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그야말로 ‘깜짝 성장’에 가깝다. 경제규모상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더 높은 국가들 가운데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은 곳은 중국 정도가 유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공통의 고민인 ‘L자형 불황’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해석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경제의 최대 고민은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보다 지나친 정부 의존도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기초체력과 직결된 민간은 고꾸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정책 의존도는 ‘GDP 11위’ 위상도 흔들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OECD 주요국 비교하니, 경제 성적표 ‘선방’

2일 이데일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올해 2분기 GDP 증가율이 표기된 25개국을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전기 대비 0.8%↑)보다 성장률이 더 높은 국가는 중국 등 8개국이었다.

중국(1.8%) 외에 인도네시아(1.3%) 헝가리(1.1%) 체코(0.9%) 이스라엘(0.9%) 폴란드(0.9%) 슬로바키아(0.9%) 스페인(0.8%) 등이다. 이 중 우리보다 GDP 규모가 더 큰 국가는 중국 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11~20위권에 있는 국가는 스페인(12위)과 인도네시아(16위) 정도다.

반면 경제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0.3%였다. 일본(0.05%) 독일(0.4%) 영국(0.6%) 프랑스(-0.04%) 이탈리아(0.01%) 등 10위권 내 국가들의 성장세도 미진하다.

한은 한 금융통화위원은 “우리나라는 거시지표상으로 보면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의 성장세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2분기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적지 않을 당시 시장에서 예상한 0.5% 수준을 더 뛰어넘는 수치다. 숫자 자체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서는 3%의 성장률을 지금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전세계적인 저성장을 고려하면 잠재성장률에 가깝다고 본다. 절대 낮게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나친 정부 정책 의존도

그렇다고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어떻게’ 성장했느냐다. 현재 성장하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다.

이에 대한 대부분 전문가들의 답은 ‘NO’다.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게 지적의 골자다. 2분기만 해도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이 정도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임시공휴일도 민간소비 진작책의 일환이다.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기대는 경향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조50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됐다가, 이후 10년 정도는 많아야 한해 5조원 안팎이었다. 그러다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8조4000억원의 ‘슈퍼 추경’을 했고, 그 이후 2013년(17조3000억원) 2015년(11조6000억원) 당시에는 두자릿수 추경이 일반화됐다. 국회가 심사 중인 올해 추경도 10조원이 넘는 규모다.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성장률 숫자를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어차피 현재의 성장률을 위해 미래소비를 당겨쓰는 효과에 불과한 탓이다.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은 부채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한 경제 원로급 인사는 “이제는 더이상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지휘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한 인사는 “우리나라는 ‘성장의 경제’에서 ‘성숙의 경제’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뀌는 전세계 경제환경과 커지는 우리 경제규모를 감안한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제 체력’ 직결된 민간은 갈수록 고꾸라져

정작 힘을 써야 할 민간 쪽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년(2011~2015년) 우리 제조업의 잠재성장률은 4.4%였다. 직전 5년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특히 노동은 오히려 더 늘고 자본도 줄지 않은 가운데 총요소생산성의 감소 폭만 컸다는 게 주목된다. 기술 경쟁력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천구 연구위원은 “제조업이 혁신을 통한 성장보다 물량 투입 위주의 양적 성장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 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경우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최근 5년 잠재성장률(-0.5%)이 처음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부동산에 기대는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증명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은 일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 민간 부문이 살아야 한다”면서 “당분간은 힘든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책당국 한 고위인사는 “이대로면 내년 경제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서 “현재 같은 성장 방식이면 11위에 올라있는 GDP 순위가 더 떨어지지는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