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언제나 오를까..美금리인상·구조조정 악재
저성장 흐름 지속…하반기 소비·투자위축 불안감 커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일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0.7%, 올해 1분기 0.5%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다.
한은은 2분기 성적표가 1분기보다 개선되면서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간 잠재성장률을 3.0∼3.2%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분기에 0%대 후반 성장률을 저성장으로 보기 어렵고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웃을 수 없는 게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연간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된 2010년 6.5%를 기록하고 나서 3%를 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2011년 3.7%에서 2012년 2.3%로 추락했고 2013년 2.9%, 2014년 3.3%를 각각 기록했다가 작년에는 2.6%로 떨어졌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이고 내년 전망치는 2.9%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한 저성장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4월 한은 소식지에 실린 대담에서 "저성장, 저물가 상황이 뉴노멀(New normal)이 되는 일종의 장기정체론이 현실적인 진단이라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부채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등이 장기정체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격랑에 휩싸인 배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엔진'인 기업이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투자를 주저하고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경기 지표가 모두 꺾였다.
지난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줄면서 3개월 만에 줄었고 설비투자는 11.6% 줄면서 2003년 1월(-13.8%)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2.6% 감소해 2014년 9월(-3.7%)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재정의 조기 집행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경기 부양에 힘썼지만, 하반기에는 '소비절벽'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지난 6월 말 1천257조3천억원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는 소비 여력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또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으면 대량실업 등 작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성장률을 0.2%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적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회복세가 미약한 우리나라의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 혼란과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도 변수로 꼽힌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경제 활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등을 통한 단기적인 경제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가계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 구조개혁 등으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가계소비성향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내수부진 장기화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제고를 훨씬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구조조정과 신사업 육성, 규제개혁, 내수산업 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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