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라 치워라 키워라

2016. 9. 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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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집콕의 조건’은 편안하고 깨끗한 집안 환경…고수들의 비법 따라잡기

“집 더러우면 나가고 싶어”

장식품·가구 늘어놓기보다

깨끗이 정리정돈하는 게 기본

식물 키우면 취미·장식 일석이조

소파 뒤 벽의 액자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 서울 금호동 주성범씨 아파트의 거실. 이정국 기자
“친구와 합쳐 좀 번듯한 반전세 아파트로 오긴 했지만 그 전엔 반지하에도 살아봤고, 별별 집에 다 살아봤어요. 집이 깨끗하고 정돈돼 있지 않으면 ‘집콕’을 할 수가 없어요. 일단 금방 질려서 자꾸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져요. 자취생들이 아프면 서럽다고 하는 이유가 집이 지저분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사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주성범(31)씨는 지난 27일 자신을 ‘집콕족’이라고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외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퇴근 뒤엔 집을 꾸미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그의 인스타그램(@lazylog) 팔로는 3만여명.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 이런 규모의 팔로를 갖고 있는 건 흔하지 않다. 주씨의 말마따나, 집콕의 조건은 편안하고 깨끗한 집안 환경이다.

비워라, 비워라, 비워라

외국계 홍보회사에 다니는 그는, 출근할 때가 아니면 거의 집에만 있다. 새로 산 소품의 위치를 정하고, 기존 소품의 위치를 바꾸고, 집 안 정리정돈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안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리기도 하는데, 팔로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자취 경력 7년의 그가 말하는 인테리어 비법은 치장이 아니라 ‘무조건 단순하게’다. “무조건 비운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의도적으로 비우지 않으면 금세 어질러지거든요. 짐을 더 줄일 수 없다면, 빈 공간에 맞는 크기의 수납상자를 마련해 그 안에 물건을 넣어두세요. 그렇게만 해도 집이 훨씬 깔끔해 보입니다.” 주씨의 말대로 서울 금호동 그의 26평형 아파트는 어딘가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비어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둔 아기자기한 소품 때문에 허전하진 않았다.

그는 주로 해외 직구를 통해 소품을 구입한다. 의자 하나, 벽시계 하나하나가 다 집 안 분위기를 고려하며 고른 것이다. “밖에서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는 것보다 집 안에서 해결하는 게 더 좋아요. 친구들도 집에 오면 부러워하죠.” 그는 전날에도 친구들이 여러 명 와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프로젝터를 이용하면 벽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허선영씨 제공.

벽을 제대로 활용하라

벽은 인테리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공간의 대부분을 벽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액자 하나, 시계 하나가 집 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주씨는 소파 뒤쪽에 센스 있는 액자를 걸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디자이너 포르나세티의 작품을 프린팅한 것이다. 다소 어두운 구석 벽엔 금속 소재의 벽걸이 시계를 달아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꼭 무엇을 채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비워만 놔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것이 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예다. 직장인 허선영(27)씨는 집 벽을 스크린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최근 소형 프로젝터를 구입했다. 예전에 나오던 프로젝터는 덩치가 커 설치하기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스마트폰만한 크기로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큰 프로젝터에 비해 ‘밝기’ 측면에선 불리하지만, 조명을 끄고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 요즘 제품들은 예전처럼 별도의 스크린도 필요하지 않다.

“사실 집콕족이 가장 외출 유혹에 시달릴 때가 영화를 보고 싶을 때예요. 그런데 막상 나가면 복잡하니 금세 후회하죠. 집에서 영화만 해결해도 외출할 일이 많이 줄어요.” 그가 빈 벽을 찬양하는 이유다.

나뚜찌 에디션스의 ‘이지릴렉스’ 리클라이너. 나뚜찌 제공.

좋은 의자 하나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걸 즐기는 집콕족이라면, 좋은 의자 하나 정도는 탐내도 될 듯하다.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의자는 ‘편안한 집콕’의 방해 요소다. 요즘 주목받는 것이 리클라이너라 부르는 각도 조절 의자다. 리클라이너는 18~19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나 나폴레옹이 휴식을 취할 ? 쓰던 의자에서 유래한다. 유럽산이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가격이 200만원대 이상으로 비싼 게 흠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등받이가 편안하게 뒤로 넘어가는 암체어나, 소파의 발받이를 이용하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의자를 고를 땐 다른 가구나 소품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편하다고 무턱대고 큰 의자를 고르거나 너무 색이 많이 섞인 제품을 사기보다는 집 안 크기에 맞는 적당한 크기와, 모노톤의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브리츠 ‘스마트 노래방 마이크’. 지마켓 제공

취미를 인테리어 요소로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은 무궁무진하다. 바꿔 말하면, 집콕족의 생활 습관에 어울리는 집 꾸미기 요소로, 자신의 취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이라면 집 안을 노래방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미러볼이나, 노래반주기 같은 노래방용 제품을 갖추는 것 말이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이런 노래방 관련 제품 판매는 한 해 10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고출력 스피커에 엘이디(LED) 조명을 달아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천장에선 미러볼이 돌아가고, 스피커에선 불이 번쩍번쩍하는 가운데 노래를 부른다면 굳이 노래방까지 갈 ‘수고’를 덜 수 있다.

‘소케르’ 온실. 이케아 제공

실내정원 꾸미기는 집콕족이 인테리어의 기쁨과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텃밭도 필요 없고, 작은 화분 몇 개면 충분하다. 최근엔 실내 가드닝용 온실도 나와 있다. 계절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식물을 키울 수 있다.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계기도 될 수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엑스트라 베이스’ 블루투스 스피커. 소니코리아 제공
‘룽비크’ 소파 베드. 이케아 제공
‘포엥’ 암체어. 이케아 제공
‘스마트리 미러볼’ . 지마켓 제공
모바일 프로젝터 엠피-씨엘원(MP-CL1). 소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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