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수퍼마리오 천국.. 日 '소프트파워 심장' 아키하바라

도쿄=최인준 특파원 2016. 8. 3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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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자상가의 변신] -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전자상가 밀집 지역으로 출발, 日 전자기업 몰락으로 쇠퇴 캐릭터 상점 몰리면서 다시 활기.. 전세계 애니 팬들의 '순례 코스' - 日 소프트파워 세계 6위 아키하바라 중심으로 한 만화 상품, 年매출 4조3800억원 추산 포켓몬고 다운로드 1억건 돌파.. 하나의 캐릭터가 산업으로 발전

"와, 나루토다!" "내가 찾던 에반게리온 모형이야!"

최인준 특파원

30일 오전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역 덴키가이(電氣街) 출구를 나서자 애니메이션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역 주변에는 포켓몬,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대형 쇼핑몰로 가득했다. 거리에는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들이 홍보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라디오카이칸(ラヅオ會館)에서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 피규어(모형 인형)를 구경하고 있던 샤를로(35·프랑스)씨는 "아키하바라는 인기 캐릭터 상품이 없는 게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천국"이라며 "돈 여유만 있다면 피규어들을 상자째 담아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능가하는 고객 유인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지(聖地)' 아키하바라의 모습이다.

전자상가에서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로 거듭나

아키하바라는 원래 일본 최대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으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일본 공업 기술자들이 아키하바라역 주변에 노점을 차리고 라디오용 부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대가 대규모 전자제품 전문매장 단지로 발전했다. 예전 청계천 세운전자상가의 원조인 셈이다. 아키하바라는 이후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기업의 부흥과 함께 세계 전자제품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최전선이 됐다.

하지만 일본 전자기업 몰락과 교외 쇼핑몰 등장으로 많은 전자상가가 문을 닫고 빠져나갔다. 대신 2000년대 들어 그 자리에는 각종 애니메이션 관련 상점들이 입점하며 아키하바라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과거 전자 제품을 파는 전자 상가 밀집 지역이었던 도쿄 아키하바라역 인근이 애니메이션 팬들이 몰리는 콘텐츠 산업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아키하바라 지역 대형 쇼핑몰 외벽이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대형 포스터로 덮여 있다(위 사진). 아키하바라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충성도 높은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아래 사진). /최인준 특파원

30일 찾아간 아키하바라는 전자상가가 아닌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같았다. 골목에는 노트북이나 TV 등 전자제품 전문매장이 간간이 보였지만, 대로변에는 애니메이션 상품들을 판매하는 대형 쇼핑몰들로 가득했다. 2006년 조성된 애니메이션센터에선 무료로 인기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고, 애니메이트(animate), 토리노아나, 게이머즈 등 애니메이션 숍은 오타쿠(お宅·한 분야에 심취한 사람)라면 반드시 찾는 장소가 됐다. 아키하바라역 주변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500여개 상점 가운데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전문점이 70%가량이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애니메이션 중심지가 된 아키하바라를 가리켜 "아키바(아키하바라의 애칭)는 현실과 가상세계(만화)를 잇는 판타지랜드"라고 표현했다. 대학생 가와쿠라(23)씨는 "아키하바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진 전 세계인들이라면 한 번쯤 찾는 순례코스"라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아키하바라 일대는 하나의 산업 단위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6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진 데다 게임·캐릭터 산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거대한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간 경제 전문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일본 만화와 코스프레 의상, 프라모델, 캐릭터 상품, 메이드 카페 등 각종 대중문화 상품의 연간 매출 규모는 4000억엔(약 4조3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경제 이끄는 소프트파워

아키하바라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상징이 되면서 차세대 먹거리에 고민하는 일본 경제에도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할 만큼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 영국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이 발표한 세계 소프트파워 순위에서 영국·미국 등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세계 6위에 올랐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탄탄한 소프트파워를 갖췄다는 평가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몰라도 포켓몬·원피스 등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줄줄이 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런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최근 브라질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차기 대회 개최국에 주어지는 소개 시간 8분 동안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을 총망라한 공연으로 가득 채웠다. 하이라이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빨간색 모자를 쓰고 인기 게임 캐릭터인 수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깜짝 등장한 장면이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에서 마리오를 끄집어 낸 이유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마리오가 일장기 속 태양을 상징하는 빨간 공을 일본의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으로부터 건네 받고 마리오 게임에 등장하는 녹색 배관을 타고 지구 반대편 리우의 폐막식장으로 가는 모습이었다. 마리오가 전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는 인기 캐릭터였기에 가능한 연출이었다. 이 등장 하나로 세계 네티즌들은 아베 총리에게 '아베마리오'란 별명까지 붙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짧은 등장만으로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일본 소프트파워의 힘은 역시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수퍼마리오처럼 하나하나가 규모 면에서 산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1985년 게임업체 닌텐도가 가정용 게임기로 내놓은 '수퍼마리오'는 그동안 200개가 넘는 비디오 게임이 등장하며 지금까지 게임팩이 3억장 이상 팔렸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헬로 키티(Hello Kitty)는 지난해 캐릭터 매출이 724억엔(약 7800억원)이었다. 헬로 키티 관련 지식재산권(IP)만 400개가 넘는다.

최근엔 포켓몬의 재등장으로 일본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더 높아졌다.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고'의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가 1억 건이 넘으면서, 닌텐도에서 출시했던 다른 포켓몬 게임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다케다 야스히로 교토정보대학 교수는 "만화 캐릭터 하나가 하나의 산업이 되는 시대"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게임과 피규어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켰고, 이들을 한곳에 모은 것만으로 아키하바라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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