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매입부터 분양까지 단계별 물량 조절.. 빚 증가 '고리 끊기'
“주택공급은 민간 자율의 영역”
기존 입장서 패러다임 대전환
분양보증 예비심사 새로 도입
초과 공급 우려지역 집중 관리
민간 분양도 인허가 축소 유도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빠지고
집단대출 가이드라인 없어 ‘반쪽’
‘8ㆍ25 가계부채 대책’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주택공급은 민간의 자율적인 영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과는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주택공급 확대 →가계부채 증가 →주택공급 폭탄 →집값 하락→가계 파산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까다로워지는 분양보증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에서 ‘택지매입-인허가-착공?분양’ 등 주택공급 단계별로 물량조절 방안을 마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주택공급 단계별로 물량을 적정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기관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우선 택지매입 단계에서는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새롭게 도입했다. 초과공급이 우려되는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이곳에서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자가 부지를 사들이기 전 사업성 등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 자체가 거부된다.
예비심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미분양 관리지역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경기 평택과 고양시 등 20개 지역이 지정돼 있지만 9월부터는 인허가가 급증한 지역과 청약 경쟁률에 비해 계약률이 저조한 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착공 및 분양 단계에서 거쳐야 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 요건도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최근 서울 강남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스)에 대해 분양보증을 보류했던 사례가 이어지는 등 HUG의 힘이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LH 공공택지 분양 대폭 감축
주택시장 과잉공급 경고등은 켜진 지 오래다. 올 들어 6월말까지 인허가 물량은 35만5,000가구. 작년 상반기(30만가구)와 비교하면 18.4%나 증가한 규모다. 분양물량도 29만9,000가구(2013년) → 34만5,000가구(2014년) →52만5,000가구(2015년)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에 20만6,000가구의 분양이 이뤄지면서, 미분양(6월말 6만가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줄여 아파트를 지을 부지자체를 줄이기로 했다. 올해 공급물량을 7만5,000호(4.0㎢)로 작년 12만9,000가구(6.9㎢)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이는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감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분양시장에 영향이 큰 수도권과 분양주택용지를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민간 분양 물량의 경우 정부가 직접 억제를 할 순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강화해 인허가를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주택공급이 한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실효성 있을까
그러나 관심이 높았던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의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를 샀을 때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제한은 부동산 자금을 묶어두는 것이어서,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은 1년,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금융당국은 전매제한 강화를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가이드라인 적용도 빠졌다. 정부는 “향후 필요할 경우 집단대출에도 상환능력 안에서 빌리고 분할상환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집단대출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한다”며 “집단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량 조정과 더불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집단대출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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