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차·포 빠진 뒷북 처방.. 효과는?

2016. 8.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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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줄여 부동산대출 억제.. 전매제한 빠져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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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정부 후반 김석동 금융위원장(2011년 1월∼2013년 3월)은 가계부채 걱정을 많이 했다.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성장률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가계부채부터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날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 속칭 ‘서별관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2008년 2월∼2011년 5월)과 충돌했다.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밀어붙이려는 정 장관과 “절대 안 된다”는 김 위원장이 설전을 벌인 것이다. MB가 정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으나 끝내 LTV, DTI는 완화하지 않았다. 당시 가계부채는 855조원(2011년 1분기 가계신용 기준)이었다.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담당자들과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호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 이 정책관,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연합뉴스
일반가계의 부채(가계신용)가 1257조원, 소규모 자영업자 빚까지 포함하면 1500조원을 넘어선 지금 정부의 인식은 당시에 비하면 역설적이게도 안일하다. 25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고, 집값 떨어뜨리지 않고 가계부채를 관리해보려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대책 마련에 참여한 인사의 입을 통해서도 나오는 얘기다. 지난 2년 가계부채 폭증은 ‘금리인하 + LTV·DTI 완화’의 영향인데도 LTV·DTI 환원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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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요를 자극하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의 제한도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 분양된 아파트를 샀다면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제한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1년,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금융당국은 전매제한 강화를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주택·건설 경기 위축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전매제한에 대해 “둔탁한 규제”라며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대신 아파트 분양 속도를 조절하고 집단대출의 고삐를 죄어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모두 연착륙시키자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대신 주택공급의 초기단계인 토지공급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한하는 게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에 주택 공급시장 관리 수단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소 늦춰지고 아파트 집단대출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듯하다. 공적 보증기관의 중도금 보증을 100%에서 90% 부분보증으로 바꾸기로 해 은행들의 집단대출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로 하여금 차주 소득자료 확보와 사업장 현장조사를 의무화한 것도 같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여파로 제2금융권으로 가계대출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비은행권 대출관리도 강화된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 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상호금융의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담보 적격성 기준을 강화해 LTV 한도를 최대 15%포인트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강화, 즉 가이드라인 도입은 유보했다. “필요한 경우 단계적인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겠다” 정도로 여지를 남겨뒀을 뿐이다.

정부는 올해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해 5월부터 전국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했지만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폭증세가 이어진 배경이다.

이 차관보는 이번 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자평했으나 회의적인 시각이 적잖다. 부동산 시장이 식을까 두려워 근본적 조치들은 피하거나 미룬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성인 한국금융학회장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분양시장 관리방안이 나왔다는 것은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간 연결이 그만큼 강화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쪽이 부실화하면 위험이 전이되는 강도가 세졌다는 얘기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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