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책, 일부 과열 분양시장 연착륙할 것"..양극화 우려도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국종환 기자,오경묵 기자 =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라는 카드 대신 보증기관의 보증한도와 주택 공급조절에 나섰다. 문제가 되는 집단대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요건은 강화하면서 택지 매입단계서부터 인허가 준공단계까지 주택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전매제한 등의 무리수보다는 하방리스크가 크지 않는 처방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총량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은 저금리인 만큼 앞으로 가계신용대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관리와 수요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도록 시장 모닝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지적으로 시장 움직여…인허가 단계서 줄이는 것 바람직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대한 보증기관의 보증한도가 현재 100%에서 90%로 줄어든다. 은행들이 위험 부담이 큰 아파트 분양에 대해 보다 신중한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조절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택지 공급을 줄이고 떴다방 등 분양시장의 이상과열을 부추기는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 가치도 떨어져 건전성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조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표 내용에 정부의 고민이 녹아 있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설과 부동산 시장을 놓고 고심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금 대출보증 요건 강화는 일부 지역의 과열돼 있는 분양시장을 연착륙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발표로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 전체가 과열되거나 냉각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국지적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어 이에 대한 조치로 적절하다고 평가도 있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가 강남 등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방은 미분양이 나오고 공급량이 늘어 가격이 둔화되는 곳도 있어 시장을 급격하게 냉각시키기보단 공급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관리방안으로 하반기 시장이 크게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잡혀 있는 분양계획은 최종 승인만 남은 경우가 많지만 보증이나 승인 단계에서 엄격하게 심사를 하겠다고 하면 어느 정도 조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저금리로 인한 공급과잉 리스크 사전 차단 예상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총량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뭉칫돈들이 분양시장과 강남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거품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으로 공급과잉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출을 통해 여러 채를 가지고 가는 투자행태가 막히기 때문에 일정부분에서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나 기존 주택자들의 분양시장 진입을 막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이번 방안에서 분양권 전매제한이 빠진 것에 대해선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주택시장 과열기에 내놓아야 할 투기방지책을 가계부채 대책에 끼워넣으면 가계부채는 감소할지 몰라도 주택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분양권 전매는 기존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한 대출금이 승계되는 구조여서 신규분양처럼 새로 발생하는 대출금이 거의 없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규제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차선의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인지 가계신용대출의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가계부채 문제가 모두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인 것처럼 취급하면 곤란하다"면서 "내집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에 대한 신규대출 억제보다는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사용해 원리금상환 부담이 큰 가구들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중도금 집단대출 등 양극화 심화…임대료 상승도 우려
일각에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이번 관리방안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공급조절 방안 중 PF(프로젝트파이낸싱)보증은 오는 9월부터 사업계획 승인이 나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사업계획 승인전에 보증신청을 받고 있다.
대출심사도 강화한다. 금감원 실태조사 결과 경기변동성 등 리스크에 취약한 사업장은 건전성 분류를 보수적으로 하도록 관리방안을 마련해 3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PF대출규제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 심화는 물론 지방 사업지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 강남은 규제 효과가 없을 것이고, 지방은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면서 "전매제한 등 규제를 강하게 하면 경기가 꺾일 수 있고 가만히 있자니 부채가 늘어나 이런 방안이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건설사에 따라서는 유동자금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깊게 사업성 등을 재검토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인위적 공급조절 방안이 공급감소로 이어질 경우 서민·중산층에게는 내집마련 청약기회 감소 및 기존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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