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막는 '녹색커튼'..실내온도 2~3도 낮췄다

정대연·박광연 기자 2016. 8. 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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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서울 노원구, 도서관·학교 등 외벽에 덩굴식물로 조성
ㆍ에너지 절약·산소 배출 효과 톡톡…시들면 퇴비 역할

보기만 해도 ‘시원’ 24일 서울 노원구 구립정보도서관 외벽에 만들어진 ‘녹색커튼’ 옆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나팔꽃, 풍선초 등으로 조성된 녹색커튼은 폭 15m, 높이 5m 크기다. 도서관 측은 녹색커튼 덕분에 실내온도가 2~3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지역의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른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10동 구립정보도서관 건물 밖 도로에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도서관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냉방이 되기 때문에 폭염을 피해 온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6월 도서관 외벽에 덩굴식물로 ‘녹색커튼’을 조성한 이후 더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평소 도서관에 자주 온다는 주민 김환봉씨(69)는 “예전에는 건물 안에 햇빛이 너무 많이 들어 덥기도 하고 밝아서 책을 보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며 “녹색커튼이 생긴 뒤 확실히 햇빛이 덜 든다. 녹색식물이 보기에도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24일 ‘녹색커튼’이 드리워진 서울 노원구 구립정보도서관 연속간행물실에서 주민들이 신문을 읽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민영 노원구립도서관 교육홍보팀장은 “올여름 도서관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는데, 어르신과 아이 할 것 없이 이전의 삭막함 대신 녹색커튼이 주는 ‘숲속 책방’의 느낌에 매우 만족한다”며 “조성 후 직원들도 시원하고 쾌적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 도서관의 남쪽 벽면은 나팔꽃과 풍선초가 폭 15m, 높이 5m 규모로 덮고 있다. 군데군데 보라색 나팔꽃이 피어 있다. 두 달 만에 식물들이 훌쩍 자라는 모습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블라인드를 칠 필요도 없어졌다. 풍선초가 들어오는 햇빛을 적당히 가려 도서관 안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친환경 녹색커튼이 여름철 냉방에너지 절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다 산소를 배출해 실내를 쾌적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노원구는 정보도서관 외에도 어린이도서관, 동주민센터, 초·중학교에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건물 1층 야외 바닥에 대형 화분을 놓고 식물이 높이 자랄 수 있도록 2~3층까지 줄을 맸다. 식물이 줄을 감으며 올라가면서 이파리가 넓어져 건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린다. 가을 무렵이면 자연스레 시들어 퇴비 역할도 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녹색커튼을 설치한 외벽의 온도는 41.1도인 반면 커튼이 설치되지 않은 벽면은 51.7도로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며 “실내온도가 2~3도 낮아져 이번 여름 전기요금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녹색커튼을 설치한 중계2·3동주민센터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기요금이 지난해에 비해 73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원구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입증되고 주민 반응이 좋다”며 “구청 벽면과 경찰서, 우체국, 사회복지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로 녹색커튼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대연·박광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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