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카페>미지의 피라미드 부피.. 적분법 발견뒤에야 증명할 수 있었다

기자 2016. 8. 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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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그림 A>

상구의 수학 여행 - ⑤ 뿔 모양의 입체 부피 <끝>

수학은 신화와 함께 시작하였다. 고대 이집트의 피리미드나 인도의 성스러운 제단 등은 수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밑면이 사각형인 피라미드는 사각뿔, 밑면이 삼각형인 피라미드는 삼각뿔, 밑면이 원인 피라미드는 원뿔이라 부른다. 원자론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이런 뿔 모양의 입체의 부피는 (밑넓이)×(높이)÷3 임을 발견하였다.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깔때기 모양 원뿔에 물을 따라, 같은 밑면과 높이를 가진 원통에 세 번 부어 보면서 실험적으로 이를 확인한다. 물론 실험을 수없이 많이 하여 밝혔다 하더라도 수학에서는 그것을 증명이라 하지 않는다. 경험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피라미드와 프리즘, 즉 각뿔과 각기둥은 자연의 대칭을 설명할 때에 등장하는 입체도형인데, 각각은 삼각뿔, 사각뿔,… 삼각기둥, 사각기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이 동식물을 여러 가지로 구분하듯이 도형이나 무늬, 꽃잎, 광물들의 결정, 심지어 소립자들을 구분하는 법이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방법이 대칭성을 보는 것이다. 유한대칭을 가지는 입체 도형을 대칭성으로 분류하면 각뿔과 각기둥 외에 플라톤의 다섯 가지 정다면체가 있는데 이들이 모두이다. 다시 말하면, 대칭성만 보면 방금 말한 것들뿐이라는 것이다. 보기를 들어 오각형 열두 개와 육각형 스무 개를 이어 만든 축구공 모양 다면체나, 탄소 원자 예순 개를 결합하여 얻은 풀러린 C60이나, 사람의 신경세포 속에 수없이 들어 있는 단백질인 클라트린 등은 비록 서로 다르게 생겼지만 이들은 모두 정이십면체와 같은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의 저서인 ‘원소’는 각뿔, 각기둥, 그리고 플라톤의 다섯 가지 입체를 설명하고 끝나는데, 실로 적절한 이름의 저서라 할 수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각뿔의 부피는 각기둥 부피의 3분의 1이다”라는 명제의 증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완벽한 증명이 없다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겸손한 자세는 오래된 수학의 전통이다. 진리의 발견이나 또 그것의 옳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모두 대단한 일이다. 어떤 이는 수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신비한 정리(theorem), 아름다운 증명, 위대한 응용”을 말하기도 한다. 기원전 3세기 에우독소스와 아르키메데스는 데모크리토스의 주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적분법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적분법은 2000년이 지난 후에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하여 재발견되었고,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코시, 독일의 리만, 그리고 20세기 들어 프랑스의 르베그 등에 의하여 정교하게 가다듬어졌다. ‘유레카!’(발견하였다!)라는 구호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둥근 공도 일종의 뿔임을 인식하고 공의 부피도 (겉넓이)×(반지름)÷3임을 밝혔다.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 원리, 지하수를 뽑아내는 스크루 장치 등 자신이 발견한 수많은 원리와 기계 장치 중에서 공의 부피와 넓이에 관한 증명을 가장 자랑스러워하였고, 자신의 묘비에 공의 모습을 새겨 주기를 유언하였다. 아르키메데스의 공은 오늘날 필즈메달에 새겨져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 대회에서 40세 이하의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에게 수여된다.

전체는 무한소들의 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적분론에는 무한의 개념이 들어 있다. 19세기 말 수학자들은 무한은 매우 조심하여 다루지 않으면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가능한 무한을 피하고 유한 서술로서 세계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리즘 또는 기계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유한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00년 프랑스의 파리에서 제2차 세계수학자 대회가 열렸을 때 독일의 힐베르트는 “삼각뿔을 유한개 조각으로 자른 다음, 재조립하여 직육면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였다. 당시에는 “넓이가 같은 두 평면도형이 있으면, 한 도형을 몇 조각으로 자른 다음, 재조립하여 다른 도형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었다. 그림 A는 정사각형과 그 조각들인데, 이를 다시 조립하면 정삼각형을 얻을 수 있다.

또 모든 각기둥은 조각내어 조립하면 정사각기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된 칠교판은 일곱 조각난 정사각형 도형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면서 노는 놀이 도구로, 비록 모습이 다르더라도 넓이가 같은 도형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넓이나 부피, 무게 등 측도라는 개념에는 기본적인 두 가지 성질이 있다. 첫째는 전체량은 부분량들의 합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도형이 공간에서 이동하더라도 그 측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칭성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측량을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넓이의 기준으로 삼각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사각형이 좋은지, 아니면 원이 좋은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대에는 “측정한 값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않고, “이 둘은 측도가 같은가?”라고 말하였다. 각각의 양은 말할 수 없더라도, 두 양이 같은지 아닌지는 비교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리에서 힐베르트가 한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무한의 성질이 들어 있는 적분법을 사용하지 않고, 뿔의 부피를 직육면체를 통하여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외로 힐베르트의 질문은 그 제자에 의하여 쉽게 답이 얻어졌고, 그 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 까닭은 뿔의 모서리에서의 각도들과 직육면체의 모서리에서의 각도, 즉 직각이 서로 공측성(commensurability)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한 조각을 내어서는 뿔을 직육면체로 만들 수 없다. 이런 뜻에서 각뿔 등의 측도를 설명할 때에는 무한의 개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사물의 대칭성이나 측도를 이해하면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원리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지렛대 원리란 두 사람이 시소를 탈 때에 가벼운 사람은 중앙에서 멀리, 무거운 사람은 중앙에 가까이 있어야 평형을 이룬다는 것을 말하는데, 정확하게는 “무게의 비와 평형점까지의 거리의 비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저울에서 몸무게를 달 수 있는 것도 다 이 원리 덕분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 원리를 수학적 과정을 통하여 엄밀하게 증명하였다. 후일에 뉴턴이 만유인력을 설명하려 하였을 때에도 질량 중심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 중의 하나였다. 피라미드 같은 입체의 질량 중심은 높이의 4분의 1 지점에 있고, 밑면의 중심과 꼭짓점을 이은 선분 위에 있다. 중심을 잘 잡는 것은 법원의 저울에도 나타나는데, 사실 고대 그리스어의 “측량”이라는 말에는 평형, 조화, 하모니, 중용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 입구에 쓰여 있었고,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혁명)” 표지에 인용된 글도 “조화를 모르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고 해석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수학 교육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옳고 그름을 남이 말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지 말고, 스스로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함”에 있다. 주입식 교육이 사람을 무능하게 만드는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훈련은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사건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은 수학을 단순한 삼단논법이나 다루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수학 교육에서 증명하는 훈련, 논리를 다루는 훈련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영감이 떠오르게 하고, 진리를 발견하는 비논리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최고의 수학자들이 한결같이 수학은 감성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경험을 쌓지 않으면, 크게 성장하지 않는다.

“선생님, 학교에서 가르치는 그런 초보적인 수학이라도 잘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상구야, 단디 듣거라.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 마라. 글로 설명할 수 없을 때에는 그림 그리기를 하여라. 빨리 가려 하지 말고, 느린 길로 가거라.” (문화일보 2016년 7월 27일자 26면 4회 참조)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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