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골목' 3개월 만에 철거 재개..구본장 여관 헐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언도 말짱 소용이 없었다.
박원순 시장이 중단시켰던 서울 종로구 무악동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의 철거작업이 22일 오전 재개됐다. 올해 5월 17일 박 시장이 강제철거를 중단시킨지 3개월여 만이다.
무악2구역재개발조합은 22일 오전 8시40분쯤 굴삭기를 동원해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조합은 구본장여관 주변 반파된 건물부터 철거하기 시작했다.
무악2구역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공문을 네 차례 보냈는데 서울시는 곧 공사를 재개시켜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지난 18일 철거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통보하고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은 구본장 여관 철거도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구본장 여관도 오늘 안에 철거할 것”이라면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사중지 명령에 화가 난 일부 조합원들은 망치를 들고 직접 구본장 여관을 철거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서울시는 무악2구역재개발조합에 공사를 유예해달라고 다시 요청하고 있다. 이날 공사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재생협력과 관계자는 “조합에 구본장 여관 철거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공사를 강제로 중단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
무악2구역 공사장 앞에는 조합원 7명이 모여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조합원 이상희(35) 씨는 “법적 절차를 차근차근 밟으면서 재개발을 진행해왔는데 박원순 시장이 공사중지 명령을 한 뒤로 갑자기 사업이 멈췄다”며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조합원들은 하루에 200만원 이상 이자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김해영(69) 씨는 “공사가 중지되지 않았으면 6~7월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는데, 지금 공사를 재개해도 빨라야 9~10월에 분양할 수 있다”며 “그때 분양시장이 침체돼 미분양이 난다면 서울시가 그 책임을 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조합원은 “서울시가 조합원에게 손해 보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얘기하는데, 박원순 시장의 사비로 보상을 해줄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건지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며 “철거하는 도중에 시장이 와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공사를 중단하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법보다 시장님이 더 위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서대문형무소 맞은편에 있는 무악2구역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일대에 아파트 19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작년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지난달 이주·철거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박 시장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17일부터 철거가 중단됐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옥바라지골목 보존 대책위원회’는 무악2구역 일대가 일제 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 서대문형무소 수감자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했던 공간이라며 골목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합은 무악2구역에 들어선 건물이 대부분 1970년대 지어져 보존 가치가 적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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