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논란 '옥바라지 골목', 3개월 만에 철거 재개..갈등은 여전

김사무엘 기자 2016. 8. 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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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상보)]

22일 오전8시40분쯤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의 철거 공사가 재개됐다. '옥바라지 골목' 보존 논란으로 지난 5월 공사가 무악2구역은 3개월 동안 조합과 반대 주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날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옥바라지 골목' 보존 논란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를 중단시켰던 종로구 '무악2구역'이 3개월여 만에 철거가 재개됐다.

22일 오전 8시40분쯤 무악2구역재개발조합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과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박 시장이 지난 5월17일 공사를 중단시킨지 3개월만이다.

철거가 시작되자 철거를 반대하는 무악2구역 주민과 시민 10여 명이 공사 강행에 항의하며 공사현장 입구에서 일부 조합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조합은 공사현장을 가림막으로 막고 관계자 외 출입을 금했다. 주민 간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현장에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악2구역에는 아직 이주하지 않은 1가구가 남았다. 조합은 현재 미이주 가구에 대해 명도소송을 진행 중으로 9월 말 소송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무악2구역은 구역 안에 있는 '옥바라지 골목' 존치 여부를 놓고 주민 간 갈등을 빚어 왔다. 서대문형무소 길 건너편에 있는 무악2구역은 1960~1970년대 주로 지어진 낡은 저층 주택과 여관들이 밀집해 있다.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독립투사의 가족들이 이 골목에 머물면서 옥바라지를 했다며 구역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합은 일제시대 지적도와 기사, 사진 자료 등을 근거로 일제강점기 이 지역에 여관과 주택이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며 옥바라지 골목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 왔다.

앞서 조합은 지난 5월 철거를 진행했고 마침 당시 현장을 방문한 박 시장이 철거업체 직원들과 주민 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한 것을 보고 "손해배상을 당하더라도 이 공사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공사를 중단시켰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은 사업이 시장의 말 한마디에 올스톱이 된 것이다.

이후 시는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적 증거를 찾기 위해 전문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시는 "무엇보다 반대 주민과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정비사업은 최대한 철거를 유예하고 조합과 주민 간 협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조합은 시가 정한 5번의 사전협의체를 모두 열었고 그럼에도 반대 주민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반대 주민은 여전히 "구역 안에서 살 수 있게 해 달라"며 구본장 여관 등의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22일 오전 철거가 재개된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공사 현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반면 조합은 반대 주민들이 보존이 아닌 과도한 보상금을 원하고 있다며 추가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에 따르면 반대 주민 2명은 이미 수억원의 철거 보상금을 수령해 갔다. 조합 관계자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상금을 이미 받아가 놓고 수억원대의 추가 보상을 바라고 있다"며 "근거도 없는 추가 보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조합은 공사중단으로 매달 2억여원씩 이자비용이 늘어났고 분양 시기도 놓치는 등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박 시장이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해에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후 손해배상청구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여전히 조합과 반대 주민이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는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조합을 꾸준히 설득하며 철거 유예를 요청하고 있지만 시가 공사를 강제로 중단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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