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갈까말까 망설이는 장위뉴타운 10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부동산'후']장위뉴타운, 추가분담금 갈등에 10년째 지지부진]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노후 불량주택 밀집지역인 성북구 장위동은 대규모 정비사업을 위해 2005년 8월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남·북 간의 개발 격차를 줄이고 노후 주택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서울의 25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했다. 장위동은 뉴타운사업의 3차 후보지로 지정돼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장위뉴타운은 지금 사업추진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을 포기한 일부 구역은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됐고, 다른 구역들도 사업을 추진하자는 쪽과 포기하자는 쪽이 맞붙어 갈등을 빚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 분양까지 나선 구역도 있지만 '전면철거식' 아파트 재개발에 대해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다.
◇부동산 침체에 발목 잡힌 장위뉴타운…막대한 추가분담금 우려에 갈등
아무것도 없이 산 뿐이었던 장위동은 1960~1970년대 서울 동북부지역의 주택지 조성사업을 통해 신흥 부촌으로 거듭났다.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은 부유함의 상징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빛이 바랬고 좁은 골목과 부족한 기반 시설로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위동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추진된 장위뉴타운은 장위동 일대 187만4375㎡를 아파트와 공원, 생활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주거타운으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최대 층수 35층의 주택 2만3846가구를 만들어 인구 7만3270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초기에는 1~14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됐고 2010년 존치구역이었던 15구역도 재개발하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총 15개 구역에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뉴타운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전국에는 미분양이 넘쳐났고 아파트 값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합원 한 사람 당 수억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뉴타운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긴 어려웠다.
장위12·13구역은 2008년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2010년 추진위 승인이 취소됐고, 4년 이내에 조합을 만들지 못해 일몰제에 따라 2014년 11월 재개발이 취소됐다. 다른 구역도 사업이 더디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뉴타운사업의 출구전략으로 지난 3월 사업 진행이 정체된 곳을 시가 직권해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자 조합원들의 셈법도 분주해졌다. 추가분담금으로 들어가는 비용과 분양권 시세차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나은지, 재개발을 취소하는 것이 나은지 갈등에 빠진 구역들이 속속 나타났다.
조합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이다. 추가분담금은 재개발 후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조합원이 추가로 들여야 하는 돈이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자신이 현재 가진 땅의 감정평가 가격을 뺀 만큼이 들어간다.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4구역의 한 빌라 소유주는 감정평가 결과 빌라와 지분 가치가 1억1000여만원이 나왔고, 59㎡ 아파트를 분양신청 하려면 추가로 2억6000여만원을 더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막대한 추가분담금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조합원들의 나이가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것도 사업 부진에 한몫 했다. 노년에 수억원을 들여가면서 언제 입주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장위8·9·11구역도 토지등소유자 1/3 이상이 해제 요청을 하면서 지난달 직권해제 대상이 됐다. 구청장이 주민의견을 조사해 사업찬성자가 50%를 넘지 않으면 시장이 직권으로 사업을 취소할 수 있다.
◇한 쪽은 아파트 단지, 한 쪽은 빌라촌…뉴타운 해제 이후 난개발 우려
사업 진행이 다소 느리긴 했지만 장위2구역은 지난해 4월 장위뉴타운 중에 처음으로 분양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갔다. 이번달에는 1·5구역 1365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뉴타운 한 곳은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고 있지만 재개발이 취소된 12·13구역은 빠르게 빌라촌으로 바뀌고 있다. 개발제한이 풀리면서 빌라 건축업자들이 건물을 매입해 빌라로 신축한 후 분양 사업에 나선 것이다. 전세난에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빌라가 들어서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2·13구역에서 난 공동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총 53건이다. 한 달에 약 9건 꼴로 3일에 한 채씩 새로운 빌라가 들어선 셈이다.
빌라업자들이 몰리자 단독주택 거래량은 늘어났고 매매가도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장위동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2014년 2분기 3.3㎡ 당 884만원(대지면적 기준)에서 올 2분기 1129만원으로 245만원 상승했다. 2구역 '꿈의숲 코오롱하늘채'의 분양권 웃돈이 1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재개발을 취소한 뒤 집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선다. 사업이 적극 추진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난개발이다. 주차장이나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정비 없이 좁은 골목마다 빌라들이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위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낡은 주택보다 새 빌라가 들어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해 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미 신축빌라들이 여기저기 들어서서 장위동은 앞으로 몇 십년간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대안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
뉴타운이 해제된 곳의 난개발을 막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성북구는 13구역을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주민공동체 활성화 등 도시재생의 마중물 사업을 위해 4년 동안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13구역 도시재생을 위해 계획 중인 사업은 △복합 복지문화타운 건립(앵커시설) △보행중심골목길 조성 △마을교통중심축 개선 △노후도로 포장정비 △난간디자인 계단설치 △꽃길 조성 △자투리공간 텃밭 조성 △CC(폐쇄회로)TV·보안등 설치 등이다.
장위뉴타운의 다른 구역들도 해제가 된다면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안사업들이 추진될 수 있다. 꼭 아파트 단지만이 방법은 아닌 것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장위뉴타운 도시재생을 위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민공동체 공모전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빌라를 신축하는 경우에도 건축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나친 난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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