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 | 경상도의 산 세덕산 741m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묵은 더위 날려버릴 울진 깊은 오지의 청정계곡

글·사진 |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2016. 8. 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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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목재로 사용한 금강송의 고향이 바로 이곳

울진 불영계곡은 소문난 명승지다. 여름이면 각종 매스컴에서 빠지지 않고 추천하는 피서지가 불영계곡이다. 1984년 봉화 현동과 울진을 잇는 36번국도가 개설되면서 오지 계곡의 신비는 사라졌다. 지금도 36번국도는 새로운 공사로 변신 중이다. 울진군 서면(西面)은 지난해 금강송면(金剛松面)으로 개칭했다. 별 의미 없는 방위 명칭의 행정 지명을 자생하는 금강소나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월간산]옥산계곡의 폭포가 요동을 치며 물줄기를 토해 낸다. 깊고 긴 옥산계곡은 계속 이어지는 폭포와 소가 눈길을 붙잡는다.
이런 변화와는 달리 아직 오지 비경을 간직한 숨은 계곡이 있다. 불영계곡 상류의 세덕산(細德山·740.8m) 옥산계곡이다. 세덕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금강송은 목재로서 가치가 뛰어나 조선시대 왕실의 보호를 받았으며, 2001년 경복궁 태원전(泰元殿)을 복원할 때 166그루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월간산]786m봉에 올라서면 안일왕산, 아구산이 한층 가깝고 아구지맥을 이루는 산줄기가 더욱 또렷하다.
옥산계곡은 세덕산을 휘돌아 보부천을 만나 불영계곡으로 흘러든다. 울진에서도 최고 오지로 손꼽힌다는 옥산계곡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금강송면 지역 주민들이 ‘옥생이골, 옥상이골, 옥쌍이골’ 등으로 부른다. 고대 부족국가인 실직국 안일왕(安逸王)의 옥좌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보부천(寶富川) 역시 안일왕이 산성을 쌓고 머물렀던 데서 생긴 지명이다.
세덕산은 오지 중의 오지에 숨은 산이다. 때문에 등산 코스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옥산계곡과 보부천은 깊고 거리가 길어 산행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전체 산행거리가 약 14.5km에 이르지만 계곡길이 능선 길의 절반에 가깝다.

산행은 삼근리 신방마을 버스정류소에서 350m쯤 되돌아와 홈골 입구에서 시작한다.

[월간산]묵은 농토에 녹슨 탈곡기며, 복숭아나무, 밤나무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등로 초입은 36번국도 공사장 차량의 출입로다. 산등성이에 자리한 거대한 교각을 쳐다보고 들어서면 계곡을 건너기 전 왼편으로 길이 열린다. 곧 상수원 물탱크를 만나고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이는 지점에서 오른편 계곡을 건너 능선을 따라 오른다. 희미한 산길의 양 사면은 깎아지른 듯 가파르다. 처음부터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산행 후 25분쯤이면 경사는 완만해지고 뚜렷한 능선길이 나타나면서 바람터를 지난다. 금강송과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속이지만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여름 날씨를 실감한다. 이장 흔적이 있는 묘지 터를 만나고 바위지대를 돌아 오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금강송은 과연 미인송이라 부를 만큼 매끈한 몸매에 은은한 솔향기까지 풍긴다. 금강송 숲 사이로 남서쪽 통고산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한 굽이 산릉을 넘어 안부에서 살짝 올라서면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따라 서쪽으로 약간 이동해 절개지로 올라 능선을 따른다. 잠깐 조망이 열려 뒤돌아보니 통고산에서 천축산으로 뻗어가는 산릉이 훤칠하다. 참나무가 숲을 이루는 능선에는 송전탑이 있다.

울진은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송전용 철탑이 이 일대의 산악 경관을 망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송전탑 공사용 도로 흔적도 보인다.

산행 시작 1시간 반쯤이면 올라서는 세덕산 정상은 평범한 숲 속 봉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어떤 정상 표시는 물론 삼각점도 찾을 수 없다. 숲으로 막혀 조망도 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나부끼는 리본으로 선답자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하산은 북쪽 능선이다. 세덕산 산길은 숲속으로 이어져 주변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독도에 착오가 없도록 수시로 지형도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주능선만 놓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능선 길에 송전탑을 만난다. 잠시 동쪽으로 안일왕산~아구산~금산을 이어가는 아구지맥(안일지맥)의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대로 내려서면 송전탑 공사를 위한 도로 흔적이 있는 안부에 닿는다. 맞은편 산허리를 따라가는 임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월간산]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짙은 녹색의 수목은 옥산계곡을 뒤덮었다.
임도가 끝나는 막다른 지점에서 산봉우리를 올려다보고 어림짐작으로 오른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에 산길은 묻혔다. 세덕산보다 높은 786m봉에 올라선다. 뜻밖에도 벌목으로 인해 북쪽과 동쪽의 전망은 막힘없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묘봉에서 삿갓재로 뻗어 내리는 낙동정맥이 어림되고, 응봉산과 그 오른편으로 울진읍이 동해를 안고 있다. 안일왕산, 아구산이 한층 가깝고 아구지맥을 이루는 산줄기는 더욱 또렷하다.

산비탈의 벌목으로 생각지도 못한 조망에 능선을 따르는 진행 방향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벌목지대와 숲은 주능선을 경계로 나눠져 산행이 다소 수월한 편이다. 산비탈에는 어른 두 명이 양 팔로 감싸 안기도 힘든 쭉쭉 뻗은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울진군의 브랜드가 된 금강송이다. 오르내림이 연이어지는 산길에 간벌로 방치된 나뭇가지가 진행을 더디게 한다. 가파른 산등성이로 올라 깨진 벙어리 삼각점이 있는 747.1m봉에 이른다.

사람 발길 닿지 않은 숨은 계곡


계속해서 봉우리 서너 개를 더 넘는다. 사람의 발길은 드물어 산길도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747.1m봉에서 20분이면 닿는 714m봉은 진행 방향에 다시 한 번 신경 써야 할 지점이다. 자칫 왼편 능선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북쪽 방향으로 직진해야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전망이 트이면서 산비탈로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가 지나는 고갯마루에서 서쪽은 소광리로 잇는 솔평지골, 동쪽은 하산 코스인 옥산골이다.
[월간산]세덕산보다 높은 786m봉에 올라서면 벌목으로 인해 막힘없는 경치가 펼쳐진다.
우선 임도를 따르다가 산모롱이를 돌아 왼편 짧은 산릉의 지름길로 잇는다. 경사가 가파른 산비탈로 내려서면 다시 임도. 15분 정도 임도를 따르다가 계곡 건너 곧바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임도를 벗어나 계곡 쪽의 묵은 길로 내려가면 들깨밭이다. 밭둑을 따라 돌다가 계곡으로 접어든다. 옥산골로 내려서는 초입이다.

이 골짜기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다보면 희미한 길은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나 길은 계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검붉은 꽃을 피운 당귀가 자주 눈에 띈다. 묵은 농토에 녹슨 탈곡기며, 복숭아나무, 밤나무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합수골을 지나면 우렁찬 물소리가 골짜기를 진동한다. 계곡에 걸린 폭포가 요동을 치며 물줄기를 토해 낸다.

깊고 긴 계곡으로 계속 이어지는 폭포며 담, 소가 눈길을 붙잡는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짙은 녹색의 수목은 계곡을 뒤덮었다. 7월의 푸르름에 산새도 물가를 서성대며 더위를 식힌다. 차가운 계곡 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을 씻어 낸다. 한결 개운하고 시원하다. 비탈진 계곡길이 무릎까지 빠지는 묵은 낙엽에 묻혔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옥산계곡을 빠져나오면 보부천을 만나는 합수점이다. 두 계곡 사이 산중턱에 촛대바위라 일컫는 선바위(입석)가 우뚝하다.

보부천도 1시간 남짓 걸어야 한다. 계곡 폭이 넓어 시원하다. 그러나 물은 오래전 폐광된 광산의 침출수 때문에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 계곡 왼편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곧 쓰러진 양철지붕의 폐가가 보인다. 보부천도 옥산계곡과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건너야 하며 산길도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보부천은 도로를 만나면서 벗어난다.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다시 한 번 도로에서 왼편 넓은 하천을 건넌다. 밭 아래 하천을 따라 돌아 콘크리트 도로에 이르면 ‘불영계곡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안내’ 표지판이 서있다. 마을로 연결되는 도로변에는 드문드문 민가가 나타나고, 벼이삭이 여물어 가는 논길 너머로 천축산 산릉이 훤하다. 내하원교를 지나 하원리 서하교에 도착하면 버스정류장이다.

산행길잡이


세덕산은 산행 코스가 단조롭다. 산행은 심방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홈골 입구~바람터~임도~정상~786m봉~747.1m봉~714m봉~임도~옥산계곡~보부천~내하원~서하교~하원리 버스정류장이 일반적이다. 산행시간은 대략 세덕산까지 1시간 30분, 세덕산에서 옥산계곡 초입까지 2시간, 옥산계곡 1시간 30분, 보부천을 거쳐 산행 날머리인 하원리 버스정류장까지 1시간 30분으로 잡으면 된다. 늦어도 7시간이면 가능하다.

교통(지역번호 054)

[월간산]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에 산행하려면 산행 들머리까지 접근하고 산행 후 돌아오는 시간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또 주변 명소를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도 흠이다.

자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동해안 7번국도를 따르다가 울진~현동간 36번국도로 갈아 탄다. 불영계곡이나 통고산자연휴양림 표지가 잘돼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주를 거쳐 가는 길 역시 36번국도를 따라 현동 삼거리에서 울진 방면이다. 영주에서 산행 들머리까지는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대중교통편은 울진행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세덕산 산행 들머리인 삼근리 신방마을까지는 울진 종합버스터미널((ARS 1666-7220) 건너편에서 불영사 방면(06:35, 07:00, 08:05, 10:00, 12:00, 14:00, 15:20, 17:25) 시내버스(울진여객 783-4141)를 타면 된다. 택시(울진 호출택시 782-4044, 울진 콜택시 783-4044)를 이용할 경우 요금이 부담스럽다.

서울→울진

동서울종합터미널(ARS 1688-5979)에서 1일 20회(07:10~20:05) 운행.

부산→울진

[월간산]
노포동종합터미널(ARS 1688-9969)에서 1일 16회(06:00~18:41) 운행.

포항→울진

시외버스터미널(ARS 1666-2313)에서 15~20분 간격(05:30~21:30) 운행.

강릉→울진

[월간산]세덕산 오름길의 임도를 지난다. 쭉쭉 뻗은 금강송숲 훤칠하다.
시외버스터미널(ARS 033-643-6092)에서 1일 26회(05:20~23:10) 운행.

대구→울진

동부 버스터미널(ARS 1666-0017)에서 30분~1시간 간격(04:30~19:4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4)


세덕산 산행은 울진을 경유하게 되는데 인근의 근덕, 평해, 망양, 죽변 등 동해안을 따라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만한 곳이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울진읍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 숙박은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알프스장(782-3411), S모텔(781-5005)을 비롯해 W모텔(781-8112), 유성모텔(783-3118) 등이 있다. 불영계곡 하원리에는 민박집(783-0133, 782-9139, 782-9157)이 많다. 예약만 할 수 있다면 인근의 통고산자연휴양림(782-9007)도 좋다. 그러나 여름 피서철에 휴양림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휴양림 캠핑데크에 텐트를 치고 보내는 하룻밤도 추천할 만하다.

울진종합버스터미널 인근의 동일식당(782-2123)은 제육볶음을 전문으로 한다. 정원식당(783-5367)의 가정식백반과 읍내리 시장통 안 칼국수식당(782-2323)의 칼국수와 회무침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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